사목일기

"일하고 싶어요…."

namsarang 2009. 7. 28. 23:24

[사목일기]

"일하고 싶어요…."


                                                                                                        정혁 신부(살레시오회, 돈보스코자립생활관 관장)

"신부님 안녕하세요. 잘 계시죠?"
 "어, 신부님은 잘 있다. 익규는 건강이 어떠냐?"
 "꽃동네에서 열심히 운동하면서 치료 잘 받고 있어요."
 "그래야지 운동 열심히 하고, 치료받는 것도 충실해야지. 빨리 자립관에 다시 와. 직장 다녀야지."
 익규는 간질 때문에 꽃동네로 갔다. 간질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익규를 통해 알았다. 익규는 살레시오회에서 운영하는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에서 기술을 배우고 직장을 얻어 자립관에 들어왔다. 몇개월간 직장에 디니며 열심히 저축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번 쓰러지더니 자주 쓰러졌다. 의사는 약을 규칙적으로 먹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면 된다고 했다.
 어느 주일, 외부 본당 미사를 준비하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익규가 공원에서 쓰러졌는데 발작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공원 옆에 종합병원이 있어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미사 후 응급실에 가보니 익규는 깨어나지 않았다. 응급실은 너무 어수선했다. 사고로 죽어가는 사람, 죽은 사람을 놓고 의사와 옥신각신하는 사람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익규는 깨어날 줄을 몰랐고 몸이 굳어가고 있었다. 병실이 없어 응급실에 계속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익규가 전에 검사를 받은 성모병원으로 옮겼다. 다시 검사를 받았지만 의사는 정밀검사를 제안했다. 결과는 아주 안좋았다. 담당의사는 수면상태로 치료를 해야 하는데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치료만이 익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잠든 익규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젖어 들었다. 돈을 벌어 외할머니와 함께 사는게 소원인 익규였는데…. 병상에서 아무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익규는 초등학생 때 후진하는 트럭에 머리를 부딪혀 머리 한 부분이 함몰되는 큰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외할머니와 시골에 살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이후 아동복지시설로 보내졌다. 그리고 자립관에 오게 된 것이다.
 나와 함께 살았고, 내 손으로 병자성사를 주고…. 또 내 손으로 하느님 품으로 돌려보내는 가슴 아픈 일이 없기를 기도하며 익규에게 성사를 줬다. 많은 분들이 익규를 위해 기도했다. 익규와 같이 산 친구는 익규가 불쌍하다면서 자기 방 책상 밑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느님께서 도우셨는지 익규는 30여 일 후 깨어났다. 비록 뇌 손상이 있어 정상 생활은 불가능했고 지속적 치료가 필요했다. 익규는 빨리 회복해 일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규칙적 생활과 알맞은 운동에도 불구하고 발작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가야 한다. 지금도 가끔 전화가 온다.
 "신부님! 건강해지면 자립관에서 살 수 있죠? 정말 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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