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특별 세일' 예비신자 교리반

namsarang 2009. 8. 6. 22:53

[사목알기]

'특별 세일' 예비신자 교리반

                                                                                                             구병진 신부(마산교구 양덕동 주교좌본당 주임)

우리 한국교회는 각 본당에서 해마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씩 수월하게 영세 입교시키던, 이른바 '전교의 황금시기'가 지나고 이젠 그야말로 그 옛날이 그리운 '전교하기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일천하지만 30여 년간 내 사목경험을 믿고 지난해 가을에 사제생활 중 가장 큰 모험을 벌인 일이 있다. '예비신자 교리반'을 세일하기로 한 것이다. 이른바 '외짝교우'의 배우자를 모셔오면 그분들만의 교리반을 만들어 4주 만에 끝내고 세례를 주겠다는 '폭탄 세일'을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반응이 별로였다. 수녀는 '그렇게 속성으로 신자를 만들어 과연 제대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며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보좌신부는 '영세실적에 눈이 어두운 본당신부임이 틀림없다'는 눈초리로 나를 보는 듯 했다. 나는 과연 몇 명이 자기 배우자를 데려올까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그런데 참 다행스럽게도 적당하게 온 것이었다. 남자 9명에 여자 1명, 총 10명이 '특별 세일반'에 등록했다. 모셔온 외짝교우들과 특별 세일반 참석자들에게 나는 이렇게 취지를 설명했다.
 "특별반을 만든 것은 여러분이 배우자를 통해 이미 오랫동안 천주교 신앙에 관해서 많은 것을 듣고 알고 계신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여러분은 다만 실천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반(半)신자, 준(準)신자라고 본다. 그러니 이제 자기 부인, 자기 남편을 따라 성당을 열심히 다니기만 하시라!"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사람도 낙오 없이 다 영세하고, 지금까지 쉬는신자 한 사람 없이 100% 열심히 다니는 신자가 된 것이다. 주일마다 부부 함께 성당에 와서 기도하는 모습은 나와 교우들을 감동시켰다.
 그중 몇몇은 레지오 마리애 열혈단원이 돼 선배 교우들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대단한 열성과 기쁨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그 배우자들은 행복에 겨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을 성당에 함께 가자고 해도 '지금은 바쁘다!', '다음엔 꼭 가마!' 하면서 차일피일하며 10년, 20년 동안 애만 태우던 그 남편들이 이제 자기보다 더 열심히 기도하며 성당에 다니니 그들의 행복감이 얼마나 진한지 가히 짐작이 간다.
 이번 가을에도 '바오로 사도 탄생 2000년'을 맞아 거리선교를 포함한 고리기도, 단식기도 등을 통해 '200명 새 교우 선교'를 시도했는데, 잘하면 목표로 잡은 숫자의 절반은 맞출 것 같다.
 내 관심은 이번엔 과연 몇 명이 특별 세일반에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다. '언젠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성당에 다녀야지' 하면서도 그저 생활에 바빠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만 이런 좋은 기회(특별 세일)를 잘 포착해 성당에 다니기로 결심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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