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진 신부(마산교구 양덕동주교좌본당 주임)
얼마 전 우리 본당에서 교우 150여 명이 주교님에게서 견진성사를 받았다. 이번 견진성사는 예전과 같지 않은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세례명을 바꿔달라는 요구였다. 견진성사 받을 때 개명할 수 있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꼭 바꾸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대부분 '그냥 이름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에서 '세례성사를 받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세례명의 그 성녀가 과부였기 때문에 싫다'까지 다양했지만 쉽게 개명을 허락해 줄 수 없는 그런 것들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세례명을 '뽀니니아'라고 밝힌 한 젊은 여성이 본당 누리방 '신앙상담실'의 비공개 질문을 통해 논리정연하게 개명을 허락해 달라는 데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례명을 바꿔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데, 참으로 맞는 말이었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유아세례로 이 세례명을 받았는데 그 성녀를 본받고 싶어도 이 '뽀니니아'라는 성녀가 어떤 분인지, 축일이 언제인지,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서 알아봤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국에 가서 연수를 할 때도 이 성녀에 관해 알아보려고 애썼으나 그곳 신부, 수녀들도 그런 성녀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간단하게 비공개 답변으로 '그렇다고 해서 근 30년간 써온 이름을 함부로 바꿔서야 되겠냐'면서 한 번 사제관으로 찾아오기를 권했다. 견진성사 당일 조금 일찍 사제관을 찾아온 그와 30여 분 대화를 나누면서 알아낸 것은 그가 개명하려는 진짜 이유는 발음상 '뽀니니아'의 '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뽀'는 P에서 왔는데, 프랑스의 paris는 '파리'라 발음하지 않고 '빠리'라고 하듯이 라틴어나 불어, 이탈리아어로 P를 ㅃ로 발음하기에 아마 'poninia'가 원래 이름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뽀'가 정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뽀니니아' 대신 '포니니아'라고 하거나, 'paulus'를 '바오로'라고도 하듯 '보니니아'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겠다는 그의 대답을 듣고서야 사제관에서의 '개명회담'은 끝이 났고 그는 그날 '보니니아'로 견진성사를 받았다. 그런데 일주일 후 사무장이 들고 온 견진성사 통보서를 보니 그의 세례명 란에 '뽀리나'라고 기재되어 있지 않은가! 그의 원래 세례명은 '뽀니니아'가 아닌 '뽀리나' 즉 'paulina'(바울리나)였던 것이다. 이를 발음하기가 어렵다 보니 그의 부모와 성당 사람들이 '뽀리나'(바울리나)라는 세례명을 세계에서 유일한 '뽀니니아'로 개명시켜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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