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대 신부(광주대교구 보성본당 주임)
병자영성체는 정말 아름답고 매우 은혜로운 봉사이다. 병이 들어 약해지고 외로운 이들에게 주님 사랑의 성체를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제들에게 큰 기쁨이요, 보람이다. 물론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병자영성체를 한다는 것은 다음 달로 건너뛰고 싶은 유혹이 생길만큼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인 병자영성체를 덥다고 거르면 그분들은 그 달에 성체를 굶게 되는데 어찌 건너 뛸 수 있겠는가. 매일 성체를 영하면서 그분들이 떠올라 가책이 들지 않겠는가. 비가 많이 오거나 폭설이 내릴 때는 사정상 다른 날로 옮겨서 행할 수 있지만 더운 날씨가 병자영성체를 연기할 이유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달에도 어떤 분이 날씨가 너무 더우니 여름 한 달 정도는 병자영성체를 쉬는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실망을 끼쳐드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병자영성체에 나섰다. 사실 동행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역시나 찌는듯한 더위에 따가운 햇살로 인상이 절로 찌그러지고 안내자가 집을 잘 찾지 못하면 짜증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늘 그러셨듯 더운 날씨에 병자영성체 하느라 애쓰는 우리에게 중간중간 기쁨을 선사하셨다. 어느 할머니 병자영성체 예식 중에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병자영성체 시작 예식 중에 "이 거룩한 예식을 합당하게 봉헌하기 위하여 우리의 죄를 반성합시다"라고 하니 그 할머니가 즉시 이어 받으면서 "그랍시다~!"하시는 것이 아닌가! 나를 포함해 그 자리에 함께 한 이들은 터진 웃음을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내가 겨우 웃음을 참았다 싶으면 수녀님과 동행자들이 웃고, 그들이 참았나 싶으면 내가 웃음을 터트리는 통에 병자영성체 내내 웃음바다였다. 병자영성체할 집을 찾아 운전자에게 "좌측으로 갑시다"하면 운전자는 "그랍시다~!"로 답하고 "물 한 잔 먹읍시다~!"하면 누구랄 것 없이 "그랍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전내내 '그랍시다'였다. 그렇게 즐거운 병자영성체가 있을까 싶었다. 병자영성체할 다음 집에 들어가면서 모두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으니 할머니가 "무슨 좋은 일들 있수~?"하고 물으시는데 '그랍시다~!'가 생각나서 또 한 번 박장대소했다. 내가 "그만 웃고 병자영성체 합시다!" 하니 이구동성으로 또 "그랍시다~!" 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못 말리는 분들이시다. 병자영성체를 마치고 감실 앞에 앉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기도했다. "오늘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어떤 처지에서든 불평불만 없이 항상 즉시 기쁘게 '그랍시다~!'하며 살아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