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대 신부(광주대교구 보성본당 주임)
며칠 전 선배 신부님께서 보성을 방문하셨다. 회천 신축 공소에서 야유회를 갖는 교리교사들 격려차 오신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하는 도중 요즘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식객' 이야기와 함께 선배 신부님에 관한 에피소드를 꺼냈다. "신부님, 제가 신학생 때 들은 얘긴데 신부님이 '짜박짜박 신부'라 불리셨다면서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하는 신부님께 그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사제관 주방 아주머니의 음식이 간이 잘 맞지 않으면 선배 신부님께서 다시 양념들을 가미해 당신 손으로 '짜박짜박' 주무르면 음식 맛이 훨씬 더 좋아졌다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음식을 만든 주방 아주머니도 감탄할 정도였단다. 그래서 신부님이 한동안 '짜박짜박 신부'로 통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신부님은 박장대소를 하시며 당신의 사제성소와 요리의 깊은 관계를 설명해주셨다. 신부님은 원래 요리사가 꿈이었다고 했다. 어머니 요리 솜씨를 물려받았는지 어렸을 때부터 요리하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요리사의 길을 걷고 싶어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려고 했지만 그런 전공은 없었다. 굳이 요리와 관련된 대학에 가려면 가정대를 택해야 했다. 신부님은 고민 끝에 아버지께 그 말씀을 드렸다가 사각 성냥통으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으셨다고 한다. 결국 가정대 진학은 포기해야 했고 이후 사제성소를 갖게 돼 요리사가 아닌 사제로 살게 됐다는 것이다. 신부님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신부님은 사제이시지만 요리사도 되셨습니다. 영적 요리사요!" 우리 사제들은 무엇보다도 말씀의 식탁에서 말씀 요리를, 성찬의 식탁에서 성체 요리를 해서 신자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존재들이다. 사제는 신자들의 각 단체를 돌보며 그들이 더 맛깔진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짜박짜박' 요리를 해줘야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그들 눈높이에 맞는 요리를, 교리교사들에게는 격려의 요리를, 성가대에는 짜박짜박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어르신들 모임에는 구수하고 다정한 요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프거나 가난한 이들에게는 따뜻한 사랑의 손길로 하느님 사랑맛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제는 영적 요리사임에 틀림없다. 다만 우리 사제들은 1등 요리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엄중한 소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나는 언제 1등 짜박짜박 신부가 될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