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한 신부(한국외방선교회 성소국장, 선교센터 원장)
보상(補償)문화는 파푸아뉴기니 고산지대 사람들의 오래된 전통이다.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 그 뒤에 따르는 것이 보상이다. 주고 받는 규모도 대단하다. 최하 돼지 100마리, 현금 수백만 원이다. 만약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 가격은 더 올라가고, 상대가 돈이 많은 경우-예를 들면 교구-라면 가격은 더더욱 올라간다. 문제는 많은 경우가 너무도 어이없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살다보면 자주 괴성을 듣게 된다. 이 괴성은 보상을 하기 위해 돼지를 가지고 오라는 신호이고, 보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공지이다. 왜 이러한 보상문화가 그들 안에 뿌리 깊게 내려올까? 멘디교구에서 오래 사목했던 신부에게서 그럴듯한 답변을 들었다. 보상을 하려면 부족의 전 재산이 출동된다. 돼지란 돼지, 현금이란 현금은 모두 동원해야 갚을 수 있는 규모다. 그렇기에 그들은 보상문화를 통해 부의 분배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성도 강화시킬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부족을 위해서 아주 효율적인 방법인 것 같지만, 이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도 크다. 큰 보상건수가 끝나면 온 동네의 돼지는 씨가 마른다. 결국 주민들이 먹을 양식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보상을 한 측에서는 언제인가는 주었던 것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또 다른 트집을 잡을 궁리를 한다. 어떤 부족은 보상으로만 먹고사는 것도 보았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나는 늘 신경이 곤두 서 있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어느 구석에서 또 무슨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 염려 아닌 염려를 하면서 살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알게 된 사실은 술이나 마리화나를 먹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젊은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로 제삼자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삼자의 범위에는 나와 같은 선교사들도 포함된다. 부족 간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전쟁을 하고, 그 전쟁의 결과로서 보상이 생길 때 제삼자가 결부되면 아주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기에, 특별히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다. 그래서 두 부족 간에 문제가 있을 때도 선교사인 나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면서 문제 지역을 오고 갈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문명인의 눈으로 보면 황당한 상황이 많지만, 그들 나름대로 질서가 있고, 전통이 있는 곳이 파푸아뉴기니이다. 선교사는 다만 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는 작은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