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신부를 사는 풍습- Bride Price

namsarang 2009. 8. 19. 22:48

[시목일기]

신부를 사는 풍습- Bride Price


                                                                                                 김지한 신부(한국외방선교회 성소국장, 선교센터 원장)

푸아뉴기니에 살면서 가슴 아픈 것 중의 하나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였다.
 해안지역과 고산지대를 막론하고 여성은 하나의 상품이다. 여자를 사는 풍습은 해안지역보다 고산지대가 더 강하다. 얼굴이 예쁘다고 비싼 것이 아니라 튼튼하고 일을 잘하게 생겼으면 비싸게 거래되는 것 같다.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보통 돼지 20여 마리와 현금 60만 원 정도이다. 비싼 경우에는 돼지 50여 마리와 현금 200만원까지도 올라간다. 이 돈을 신부 측 부모와 친지들이 나눠 갖는다.
 여자가 많이 배운 경우는 그 가격이 더 올라간다. 왜냐하면 교육비를 보태준 친지들이 본전을 뽑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남자 측에서는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여자를 사온 상태이기에 여자를 노예 다루듯 한다. 여자들은 하루 종일 밭에 나가 일을 하다가 저녁 때가 되면 고구마가 가득 담긴 큼직한 주머니를 머리에 걸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고는 쉴 새도 없이 고구마를 깎아 저녁을 준비하고 씻지도 못한 채 잠자리에 든다.
 신부(新婦)를 사오는 풍습 때문에 가정폭력도 살벌하다. 남편이 부인을 의심해서 코를 잘라버린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은 재판까지 갔었는데 코를 자른 남자 쪽은 큰 벌을 받지 않고 그냥 돼지 몇 마리 주고 여자와 헤어지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현실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이러한 병폐를 막으려고 남자들에게 가정폭력의 부당성도 가르치고, 신부의 매입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하지만 아직 신앙심이 약한 그들에겐 우이독경에 불과하다.
 신부 매입 풍습에 따라오는 부작용은 한 가정의 범위를 넘어서기도 한다. 남자가 적당한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여자를 데리고 갈 경우(그들의 표현으로는 훔쳐갔다고 한다)에는 부족전쟁으로까지 확산되기 때문이다.
 또 결혼을 할 때 여자의 몸값을 전액 해결하기 전에는 혼인성사도 받지 않는다. 여자 쪽에서는 돈을 아직 못 받았기 때문이라 하고, 남자 쪽에선 여자의 행동거지와 능력(일과 생산)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돈을 완전히 지불하지 않겠다고 버티기 때문이다.
 사목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스스로 성사를 청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별로 좋지도 않은 풍습을 존중하려고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선교사로서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다만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비록 돈을 주고 사온 여자지만 남자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귀한 딸이고, 진심으로 사랑해야 할 대상이며, 아이들의 어머니가 될 존재임을 가르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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