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봉화를 아십니까?

namsarang 2009. 8. 17. 22:29

[사목일기]

봉화를 아십니까?


                                                                                                                            정철환 (안동 봉화본당 주임) 신부



같은 안동교구에 있으면서도 '봉화'를 모르는 신자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그러니 다른 교구에 사는 신자들은 봉화를 더 모를 것이다.
 "착한 신자들이 많은 곳이지. 본당신부로서 살아가기 참 좋은 곳이고…."
 2년 전 봉화본당에 주임으로 처음 발령 받았을 때 이곳에서 사목했던 선배 신부님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다.
 신자들이 얼마나 착하게 살아가고 있기에 봉화본당에 대한 선배 신부님들의 이미지가 좋은지 내심 기대와 설렘이 있었다.
 사실 그 때 '책임감 있는 본당 신부가 될 텐데 무게 잡고 살아야 되나', '전임 사제들이 잘살고 갔는데 신자들에게 비교당하면 어쩌나' 하는 괜한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보좌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해방감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봉화는 경상북도 북부지방의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자연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청정지역이다. 본당신자는 공소까지 합해 350명 정도 된다. 소박하면서 착하게, 공동체 속에서도 크게 튀는 사람 없이 조용한 신앙생활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착한 신자들이 많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뭐가 좋다는 말인가. 본당에 아무 문제가 없으면 좋은 곳이고, 사제의 말에 충성하면 좋은 곳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도 했다.
 유교 문화권 속에서 선후배나 출신, 집안을 철저히 따지고, 누구라고 이름만 대면 그 집안에 대해 자세히 아는 곳이라 아무 탈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잘못해도 그냥 넘어가고 물에 물 탄 듯 그냥 살아가는 곳이 좋다는 말인가. 이건 아닌데….
 그러나 내가 괜스레 걱정을 했던 것이다. 봉화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오히려 너무나 잘 알기에 좋은 것이었다.
 예비신자를 데리고 오는 것이나 쉬는신자들을 방문하는 것도 자신 있게 한다. 농촌지역이지만 그래도 40~50대 젊은이(?)가 많아 본당일 하기에도 적당하고, 조금만 일할 수 있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하면 금방 따라와 주고 참여해 준다.
 때로는 토론 중 의견을 내면서 싸우기도 하고 삐치기도 하지만 대화를 한다는 자체가 벌써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오지에 있는 본당이지만 생동감 있는 공동체, 봉화본당 이야기를 평화신문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