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내 생각 위에 드높이 있는 주님 생각(이사야 55,8-9)

namsarang 2009. 8. 14. 21:57

[사목일기]

내 생각 위에 드높이 있는 주님 생각(이사야 55,8-9)


                                                                                                                      조영대 신부(광주대교구 보성본당 주임)

지난달 본당 관할 지역 내 회천공소 축복식을 가졌다. 장옥봉(마리아)씨 기증으로 마련된 부지 위에 22년 만에 공소가 세워진 것이다. 그런데 공소가 세워진 배후에는 내 생각 위에 드높이 계시는 하느님이 계셨다.
 보성본당은 설정 70주년을 앞두고 기념사업으로 53년 된 노후한 성전을 헐고 새 성전을 지으며 열심히 모금 중이다. 때문에 공소설립과 신축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푸른 회천바다가 펼쳐져 있고 뒤로는 아름드리 소나무로 가득한 공소부지를 보고 있으면 그냥 방치해 두기 아까운 마음이 들곤했다. 그래서 교구 피정의 집을 짓든지, 수도회에 임대해 주든지, 교구에서 그 땅을 잘 처리해 주기를 바라는 순진한(?) 뜻으로 총대리 주교님을 찾아갔는데 그것이 바로 하느님 작전이었던 것이다.
 공소를 지을 짐을 덜 계산으로 주교님을 찾아갔던 것인데 주교님께서는 '공소를 신설하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주신 게 아닌가! 혹을 떼러 갔다 혹을 덧붙인 격이었다. 한숨이 나왔지만 주교님 권고에 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회천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회천에서 보성까지 힘들게 미사를 봉헌하러 나오는 신자들을 생각하면 공소 신축을 마냥 미뤄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새 성전을 짓고 있으니 공소 신축을 다음으로 미뤄도 하느님께서 이해해 주시려니 생각했는데 하느님께서는 내 잔머리를 역이용해 결국 공소를 짓게 만드신 것이다.
 공소 신축 비용에는 1억4000만 원이나 들었다. 원래 예상은 4000만 원이었는데 말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십자가를 주셔도 짊어질 힘을 함께 주신다는 말씀처럼 주님은 참으로 오묘하시다. 하느님께서는 여러 은인들을 보내주셔서 공소 건립 기금을 충당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새 성전 건축을 맡고 있는 남화토건을 통해 보다 저렴하게 공사할 수 있었던 것도 하느님 섭리라 믿는다.
 나는 이 부족한 종의 잔머리를 역이용해 공소를 세우게 한 하느님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그래도 본당 새 성전 건축기금 모금 때문에 마음은 몹시 무겁다. "여러분, 좀 도와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