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대 신부(광주대교구 보성본당 주임)
6월 22일 교구의 한 후배 신부를 하느님께 떠나보냈다. 임동 주교좌성당 장례미사에 참례한 사제들과 교우들 수가 말해 주듯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교구를 위해 훌륭한 일을 많이 할 사제로 기대를 모았던 그가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나고 만 것이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그 날, 장례미사를 드리는 교구 사제단과 많은 교우들은 마음의 눈물을 그 만큼이나 쏟았다. 12년이라는 너무도 짧은 사제생활을 접고 주님이신 하느님 대전에 올라간 사제 이상희 신부! 참으로 맑고 순박했으며 열정과 겸손을 겸비했던 사랑스런 신부였다. 어느날 사제단 피정을 떠나던 버스에서 이 신부가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랫가락이 장례미사 내내 뇌리에 맴돌았다.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마음을." 얼마나 고래고래 부르는지 차에 탄 모든 사제들이 박장대소를 했었다.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한 정이 듬뿍 가는 후배 신부였다. 이 신부는 보좌생활을 거쳐 군종생활, 그리고 호주 멜버른에서 교포사목을 하다가 암이라는 중병을 얻게 됐다. 그래서 교구에서 본당 신부 한 번 못해보고 2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결국 하느님께 돌아가게 됐다. 이 신부가 고래고래 부르던 그 노래를 이제 우리가 목놓아 불러야 했다. 이 신부는 교구장님께서 병실에 찾아올 때마다 머리를 조아리며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건강한 모습으로 교구를 위해 일해야 할 사제가 이렇게 병실에 누워 교구장님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교포사목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중병을 얻게 된 이 신부는 암을 두려워하거나 원망하기보다 자신의 고통을 산 제물로 바치며 보다 절실히 미사를 봉헌했다고 한다. 이 신부는 부족한 종이 사제로 불리워 사제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도 은총이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순수하고 겸손한 영성은 우리 교구 사제들 가슴에 살아남아 사제직을 더욱 감사하게 살도록 일깨워 줄 것이다. "주님, 이상희 신부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