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한 신부(한국외방선교회 성소국장, 선교센터 원장)
공동체성을 키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일이다. 우리가 매일 봉헌하는 미사 또한 주님의 식탁에 함께 둘러 모여 주님의 몸과 피를 함께 나누는 것임을 신자라면 다 알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특히 고산지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눌 때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무무'(Mumu)다. 무무는 땅에 웅덩이를 파 그 안에 장작을 쌓고, 불을 붙여 20여 개의 큰 돌들을 달구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돌을 달구는 사이 사람들은 돼지나 닭을 잡고, 고구마 껍질을 깎아 음식 준비를 한다. 장작 불이 사그라지면 뜨겁게 달구어진 돌들을 집게로 들어낸 뒤 그 바닥에 큰 나뭇잎을 깔고 그 위에 돼지와 고구마 그리고 고사리 비슷하게 생긴 잎을 가득 넣은 뒤 이미 달구어진 큰 돌들을 중간 중간에 놓고 다시 나뭇잎으로 잘 덮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흙을 덮어 서 너 시간 두면 땅 속에서 고기와 고구마가 맛있게 익어간다. 이 무무는 주로 큰 잔치를 할 때 준비하는데, 교회공동체에서는 그 시기가 성사(첫영성체, 세례, 견진, 혼인 등)를 받는 때이다. 왜 이렇게 특이한 조리방법을 고안해냈을까? 아마도 큰 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솥이 없으니 땅에 잡아먹을 돼지와 고구마의 양에 맞춰 구덩이만 파면 아주 훌륭한 가마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부족 안에서의 협동정신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무를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웅덩이를 파야하고, 장작도 패야하고, 돌도 모아야하고, 돼지도 잡아야하고, 고구마도 깎아야 한다. 돼지와 고구마를 씻을 물도 길어와야 한다. 부족 사람들이 거의 다 동원되는 셈이다. 부족 사람들의 협동으로 만들어진 무무는 분배도 아주 중요하다. 잘못 분배했다가는 사람이 돼지 대신에 무무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무무는 주로 지도자급이 분배한다. 그런데 남자들이 먹는 부위와 여자들이 먹는 부위가 다르다. 남자들은 주로 고기와 기름부분을, 여자들은 주로 내장을 먹는다. 신부에게는 주로 제일 맛있다고 그들이 생각하는 척추부분을 잘라서 준다. 사실 어느 부분을 누가 먹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가 함께 모여 준비하고, 나눠 먹는다는 것이다. 이런 나눔을 통해 부족은 더 끈끈한 유대를 키워가는 것이다. 다만 이 끈끈한 유대가 평화와 선을 위해 쓰이면 좋으련만 늘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그들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났을 때는 그들만의 고유 문화가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