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영혼 구원을 위한 노동(work soul)

namsarang 2009. 8. 23. 21:58

[사목일기]

영혼 구원을 위한 노동(work soul)


                                                                                                  김지한 신부(한국외방선교회 성소국장, 선교센터 원장)

멘디교구 신자들은 아주 훌륭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름하여 '워크 소울'(WORK SOUL)이라는 것이다. 미국 신부들이 개척한 교구라서 사용하는 용어도 미국식이 많은데, 워크 소울도 그 중 하나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영혼 구원을 위한 노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당마다, 공소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매주 금요일에 이 구령을 위한 노동을 한다. 이 노동 시간에 여성 신자들은 주로 꽃밭을 가꾸고, 남성 신자들은 칼을 들고 성당 주변 잡초를 제거하거나 잔디를 깎는다. 이 노동은 성당 구역을 정비하고 청소하는 일 뿐 아니라 신자 공동체의 신심 강화와 일치를 위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따라서 고해성사 보속으로도 신자들에게 권할 수 있다.

 나도 금요일이면 칼을 들고 나가 신자들과 담소하며 풀을 깎는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이 곳에서도 신부가 신자들과 함께 노동을 하면, 신자들은 의아해 하면서도 아주 좋아한다. 신자들과 함께 노동을 하다보면 집집마다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전해들을 수 있다. 신자들의 걱정거리를 알 수 있고 본당 신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정보수집의 창구이다.

 이렇게 좋은 전통인 워크 소울이 주변 개신교로도 확산되니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개신교에선 활발해지고 있지만 가톨릭에선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교구장까지 나서서 워크 소울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이니 사태의 심각함을 짐작할 수 있다.

 워크 소울이 약화되는 이유는, 선교 초기부터 이 노동에 참여해온 신자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됐고, 그 후손인 젊은이들은 관심이 없어서다. 전 세계 공통된 문제지만 젊은이 세속화는 이 곳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성당 농구장과 배구장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놀지만 노동에 참여하라고 하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신앙의 가치를 전할 수 있을지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선교사에게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교구 차원에서도 청소년을 위한 사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큰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매년 청소년 대회를 열고 각 공소를 방문하면서 교육을 실시하지만 지금 당장 드러나는 결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관심과 물질적, 정신적 투자가 머지 않은 장래에 열매를 맺을 것이라 믿는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워크 소울에 참여해 자신들의 신앙공동체에 활력를 불어넣는 시대가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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