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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 안중근을 되살리자

namsarang 2009. 10. 18. 23:07

[사설]

신앙인 안중근을 되살리자


 안중근(토마스) 의사의 만주 하얼빈역 의거가 26일로 꼭 100년이 되는데도 '신앙인 안중근'의 면모는 여전히 묻혀 있다.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 저격에 사용할 총알에 십자가를 새기고, 체포된 후 사형 집행일을 주님 수난 성금요일로 잡아 달라고 청했는가하면, 장남을 사제로 키워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불꽃 같은 생애와 영웅적 의거는 천주교 신앙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독립운동 연구가들도 "그의 민족애와 정의감은 천주교라는 텃밭에서 자랐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정작 교회는 신앙인으로서의 안중근에 대해 관심이 덜한 것 같아 안타깝다. 안 의사가 신앙 안에서 살다 신앙적 원의로 민족을 위해 몸바친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신자들이 부지기수다.

 

 그 이유는 당시 서양 선교사들이 그가 살인을 했다는 이유로 배척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10여 년전 고 김수환 추기경 등 몇몇 성직자들 노력으로 역사 인식의 오류는 바로 잡혔지만 후속 연구나 추모사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안 의사 자서전 「안응칠 역사」에는 선교사로서의 안중근 모습이 많이 나온다. 그는 교리 강연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역설하고,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수백 리 길을 마다하고 뛰어다녔다. 자서전만 유심히 살펴도 이 시대 신앙인들에게 유익한 영적 유산을 많이 찾아낼 수 있다.

 

 의거 100주년을 계기로 신앙인 안중근에 대한 연구와 추모사업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여기가 안중근 의사 자란 안방


성 베네딕도회 한국 파견 100돌 화보집에서 안 의사 사진 발굴


▲ 중국 뤼순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할 당시 안중근 의사. 왼손 약지를 끊어 뜻을 같이하는 동지 11명과 함께 단지혈맹을 맺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 의사 등 12명은 단지혈맹 당시 태극기에 '대한독립'이란 네 글자를 쓴 뒤 만세 삼창을 하며 독립을 열망했다. 사진제공=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 황해도 신천군 두라면 청계동에 자리한 안중근 의사 본가 안방. 이 사진 역시 1911년 안 의사 본가를 찾아 청계동을 방문한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가 촬영했다. 사진제공=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3년 전 독일 성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들여온 사진을 분류하던 고진석(이삭,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역사자료실 전담) 수사신부는 650여 점에 이르는 사진 가운데서 '특이한' 사진들을 발견했다. 수도 선배들의 선교 활동 사진도, 일제 강점 당시 시대상을 담은 기록사진도 아니었다. 게다가 사진설명도 없이 일련번호만 적혀 있어 이를 분류하던 고 신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그런데 해결 실마리는 우연찮게 풀렸다. 1911년 2월 방한해 4개월간 국내에 체류한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총아빠스가 1915년에 펴낸 저작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Im Lande der Morgenstille)」를 들춰보던 중 이 사진들을 찾아낸 것이다. 이 저서 306~327쪽을 보면, 이들 사진은 베버 총아빠스가 방한했을 당시 니콜라스 조셉 마리 빌렘(1860~1938, 홍석구) 신부와 함께 청계동성당을 방문해 안중근(토마스, 1879~1910) 의사 유족들을 만나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 사진에 등장하는 유족이나 신자들 인적 사항 등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문의한 결과, 이들 사진 중 일부가 2001년에 나온 「대한국인 안중근-사진과 유묵」(안중근의사기념관 펴냄)에도 실려 있고, 이 사진은 베버 총아빠스 저서에서 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원본 사진이 최근 성 베네딕도회 한국 파견 100주년 화보집 「눈먼 이들에게 빛을(Lumen Cae cis)」 출간을 계기로 교회에 공개됐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제공한 안 의사 관련 사진은 모두 9점으로, 공판을 받을 당시 안 의사 사진(1점)을 비롯해 안 의사 유족들(1점), 안 의사의 집 안방(1점, 오른쪽 사진), 청계동본당 안팎과 신자들(4점), 청계동 마을 전경(2점) 등이다.

 평화신문은 안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이들 사진과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이 소장 중인 사진, 중국 하얼빈 조선민족예술관 내 안 의사 진열실 소장 사진 등을 중심으로 안 의사의 삶과 신앙, 선교활동, 애국계몽운동, 동양평화론을 돼새기는 기획을 연재한다.
▶관련기사 23면

 한편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등은 26일 오후 6시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에서 김병상(인천교구 원로사목자) 몬시뇰 주례로 안 의사 하얼빈 의거 1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이에 앞서 22일 오전 9시 40분 고려대 역사박물관 국제회의장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오후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센트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주관으로 하얼빈 의거 100주년 기념 시민음악회를 마련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