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이런일 저런일

"사제(司祭) 없이도 지켜온 신앙 경이로워"

namsarang 2009. 12. 4. 21:23

"사제(司祭) 없이도 지켜온 신앙 경이로워"

천주교 전통 간직한 '차마고도' 사진전 여는 김상진 신부

중국 윈난(雲南)에서 티베트를 거쳐 네팔·인도까지 이어지며 차(茶)와 말(馬)이 교환되던 길 '차마고도(茶馬古道)'. 이 교역로 초입인 윈난성 일대에 150년 전 천주교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들이 선교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지은 지 100년 된 성당과 공소(公所·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천주교 예배소)가 있고, 성탄절이나 부활절이면 산속에 흩어져 사는 천주교 신자들이 며칠씩 걸려 내려와 미사를 드리고 축제를 연다.

일반 관광객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던 차마고도의 천주교 전통을 촬영한 사진전이 열린다. 왜관 베네딕도회 김상진(68) 신부는 지난 10여년간 중국 윈난성을 오가며 촬영한 사진 120여점을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평화화랑(02-727-2336)에서 전시한다. 김 신부는 "10여년 전 성탄절 무렵에 다리(大里) 지역에서 티베트인들이 미사 드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산화와 문화혁명 등의 역사적 격랑 속에서 사제(司祭) 없이도 신앙을 유지해온 신자들이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는 것이다.

김상진 신부는“사진 전시회를 통해 차마고도 지역에서 신앙을 지키고 있는 천주교 신자들의 생활을 알리고 도움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김한수 기자

그는 이후 "피정(避靜)하는 마음으로" 매년 성탄절·부활절 무렵엔 윈난성 일대를 찾았다. 아직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들을 자연스럽게 촬영하기 위해 손바닥만한 '똑딱이 디카'를 썼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사진 속의 사람들은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기와집 모양과 사각 모양의 종탑 등 마을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성당·공소 건물 6곳의 풍경도 이채롭다. 그 밖에도 현지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벌이는 잔치와 축제, 풍경도 카메라에 담았다.

틈틈이 기록을 위해 촬영해온 사진을 이번에 전시하게 된 것은 현지도 이제 현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신부는 "전시된 사진의 풍경 중에도 이미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은 20세기 초 한국에 와서 사진과 영화를 촬영해 당시 우리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해준 독일 베네딕도회의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신부의 작업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김 신부는 "아직 멀었다"며 "그동안 촬영해 놓은 수백 시간 분량의 비디오도 정리하겠다"고 했다. 전시 수익금은 중국 현지 성당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10년간 차마고도의 출발지점인 중국 윈난성을 오가며 150년 전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발자취와 현지 풍물 등을 촬영한 사진전을 여는 김상진 신부.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