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 24, 44)
세상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지만 교회는 이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 교회력으로 새해 인 대림(待臨)시기가 시작됐다. 대림시기는 구세주가 오시길 기다리는 시간이다. 대림시기를 맞아 대림의 의미, 전례, 대림시기를 지내는 자세 등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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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력으로 새해인 대림시기가 시작됐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실지는 아무도 모른다. 늘 그분이 오시길 기다리며 준비하는 마음으로 대림시기를 살아가자. |
▨대림시기의 의미
'도착'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Adventus(아드벤투스)'에서 유래한 대림은 '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시기는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기다림의 때이며 회개의 시기다.
교회는 성탄 전 4주간을 대림시기로 정해 특별히 그리스도 탄생을 기다리고 준비하며 대림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대림시기를 4주간으로 지내는 것은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메시아를 고대하던 기간을 4000년으로 본 데서 비롯한다.
2000년 전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인류 역사 마지막에 우리에게 다시 오신다. 대림시기는 예수님의 탄생날인 성탄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종말에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늘 우리 가운데 계시기 때문에 대림시기는 매순간 우리를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림시기는 전에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대림시기는 보통 11월 30일 또는 이날과 가까운 주일부터 시작해 12월 24일 끝난다. 따라서 올해는 29일이 대림 제1주일이 된다.
교회가 대림 제1주일을 새로운 해의 시작으로 정한 것은 교회 전례주년이 그리스도의 성탄으로부터 성령 강림까지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대림시기 전례
대림은 기다림의 시기이지만 주에 따라 기다림의 성격은 약간 다르다. 제1주일부터 12월 16일까지는 세상 종말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준비기간이라면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는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데 역점을 둔다.
대림시기 주일 전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특징을 잘 알 수 있다. 대림 제1주일 전례의 핵심은 구세주 오심에 대비해 깨어있으라는 경고가 주를 이룬다. 대림 제 1주일에는 구세주 오심을 얼마나 고대하고 깨어있는가를 묵상한다.
대림 제2주일 전례의 핵심은 회개이다. 주님을 깨어 기다리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마음을 올바로 하고 그릇된 행동을 바로 잡는 진정한 회개가 필요하다.
대림 제3주일 전례의 주제는 기쁨과 즐거움이다. 구세주가 오실 날이 가까워졌으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는 말씀이다.
대림 제4주일은 예수 탄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눈앞에 둔 시간이므로 하느님 뜻에 기꺼이 응답하신 마리아의 순명이 부각된다.
대림시기 전례 중에 봉독되는 독서와 복음은 구세주의 재림과 예수 성탄에 대한 기다림을 주제로 삼는다. 대림 제1주일 복음은 말씀을 통해 구세주의 재림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대림 제2주일 복음은 세례자 요한이 구세주 오심을 예고하고 회개를 권유하며 '기쁨의 주간'인 대림 제3주일은 독서와 복음 모두 구세주 탄생이 임박했음을 예고한다. 대림 제4주일은 아기 예수 탄생을 준비하는 마리아의 기쁨에 집중하며 예수탄생과 관련된 복음이 선포된다.
구세주께서 아직 오시지 않았기에 대림시기 미사 중에 대영광송은 바치지 않지만 기쁨의 시기이기에 알렐루야는 노래한다.
▨대림시기 제의와 대림초
대림시기 전례색은 회개와 절제, 기다림 등을 상징하는 보라색이다. 사제는 대림시기에 보라(자주)색 제의를 입는다.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려면 회개하고 절제하는 생활태도가 요청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즐거움과 기쁨의 시기인 대림 제3주일에는 전례 내용에 맞춰 장미색 제의를 입는다. 사제가 장미색 제의를 입는 모습은 일 년에 두 번 볼 수 있다. 또 한 번은 예수님의 부활이 다가오는 것을 기뻐하는 사순 제 4주일이다.
대림시기가 되면 푸른 나뭇가지를 둥글게 엮어 대림환을 만들고 대림초를 켠다. 대림초는 대림시기가 한 주씩 지날 때마다 하나씩 켤 수 있도록 네 개(구세주를 기다려온 4000년을 상징하기도 한다)를 두는데 이는 구세주가 얼마나 가까이 오셨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대림초는 대개 진보라, 연보라, 장미색(분홍), 흰색 네 개를 쓰는데 가장 짙은 색의 초부터 불을 밝힌다. 대림 제3주일에는 반드시 장미색 초를 켠다. 대림 제4주일에는 모든 초에 불을 밝히면서 주님이 오심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대림시기를 지내는 우리들의 자세
구세주를 기다리는 대림시기는 기쁨의 시간이지만 진정한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주님을 맞는 우리가 그에 합당한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회는 대림시기에 사순시기와 마찬가지로 기도ㆍ단식ㆍ자선 행위를 적극 권한다.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회개다. 여기서 말하는 회개는 단순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행위를 말하지 않는다.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넘어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등 자신의 생활 전체에 변화를 줘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어려운 이웃이 많다. 그들을 찾아 사랑을 실천하며 기쁜 소식을 전한다면 대림시기를 매우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적 회개 뿐 아니라 공동체적 회개를 통해 구역ㆍ반 공동체나 본당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보자. 교회는 공동체 전체가 함께 사랑을 실천할 것을 권한다. 사랑 실천은 주님을 기다리기에 가장 합당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