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전통 간직한 '차마고도' 사진전 여는 김상진 신부
중국 윈난(雲南)에서 티베트를 거쳐 네팔·인도까지 이어지며 차(茶)와 말(馬)이 교환되던 길 '차마고도(茶馬古道)'. 이 교역로 초입인 윈난성 일대에 150년 전 천주교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들이 선교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지은 지 100년 된 성당과 공소(公所·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천주교 예배소)가 있고, 성탄절이나 부활절이면 산속에 흩어져 사는 천주교 신자들이 며칠씩 걸려 내려와 미사를 드리고 축제를 연다.일반 관광객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던 차마고도의 천주교 전통을 촬영한 사진전이 열린다. 왜관 베네딕도회 김상진(68) 신부는 지난 10여년간 중국 윈난성을 오가며 촬영한 사진 120여점을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평화화랑(02-727-2336)에서 전시한다. 김 신부는 "10여년 전 성탄절 무렵에 다리(大里) 지역에서 티베트인들이 미사 드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산화와 문화혁명 등의 역사적 격랑 속에서 사제(司祭) 없이도 신앙을 유지해온 신자들이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는 것이다.
- ▲ 김상진 신부는“사진 전시회를 통해 차마고도 지역에서 신앙을 지키고 있는 천주교 신자들의 생활을 알리고 도움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김한수 기자
그는 이후 "피정(避靜)하는 마음으로" 매년 성탄절·부활절 무렵엔 윈난성 일대를 찾았다. 아직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들을 자연스럽게 촬영하기 위해 손바닥만한 '똑딱이 디카'를 썼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사진 속의 사람들은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기와집 모양과 사각 모양의 종탑 등 마을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성당·공소 건물 6곳의 풍경도 이채롭다. 그 밖에도 현지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벌이는 잔치와 축제, 풍경도 카메라에 담았다.
틈틈이 기록을 위해 촬영해온 사진을 이번에 전시하게 된 것은 현지도 이제 현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신부는 "전시된 사진의 풍경 중에도 이미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은 20세기 초 한국에 와서 사진과 영화를 촬영해 당시 우리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해준 독일 베네딕도회의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신부의 작업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김 신부는 "아직 멀었다"며 "그동안 촬영해 놓은 수백 시간 분량의 비디오도 정리하겠다"고 했다. 전시 수익금은 중국 현지 성당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