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주보

먼저 정의가 바로 서야...

namsarang 2009. 12. 6. 09:42

 
[282호] 먼저 정의가 바로 서야...

번호 : 263 | 전례력 : 대림 제2주일, 인권주일 | 글쓴이 : 의정부 주교좌 성당 주임 서춘배 아우구스티노 신부  

 

  우리 사회에 힘없고 소외된 분들의 인권을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추워지는 날씨에 용산참사희생자들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착잡하고 참담한 마음이 듭니다. 현 정부는 친서민정책을 말하지만 그야말로 표리부동으로 느껴집니다. 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어느 사제의 얘기입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기도 학생들의 급식비가 이번에 대폭 삭감되었다는 것입니다. 복지예산은 줄어들고,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세입자들과 같이 사회적 약자들은 그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서두는 많은 당시 정치 종교지도자들의 이름이 즐비하게 나옵니다. 세례자 요한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그 정치 사회적 상황이 불의한 억압 체제의 상징인 로마의 식민통치 때이었음을 상기시키는 듯합니다.  


 제1독서와 2독서 모두, 의로움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바룩예언자는 ‘의로운 평화’라는 표현을 씁니다. 바오로사도는 ‘의로움의 열매를 맺어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리자’고 필리피신자들에게 인사합니다. ‘의로움’은 평화와 관련이 있고, ‘의로움’없이 하느님께 마땅한 영광과 찬양이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서 평화를 거론하기 전에 먼저 ‘의로움’을 얘기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법과 불의가 합법화되고 너무도 명백한 사안인데도 곡학아세(曲學阿世)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궤변정치가들이 많습니다. 바오로사도의 기도대로 ‘무엇이 옳은지 분별할 줄 아는’ 지혜가 참으로 아쉽습니다. 정의는 구원자를 맞이하기에 앞서 분명히 구현되어야 할 가치입니다. ‘정의가 먼저 그분 앞을 걸어가면 그분은 구원자로서 그 길 위에 걸음을 내디디실 것입니다.’(시편85,14참조) ‘모든 사람이 구원을 보기위해서’(루카1, 11참조)는 먼저 정의가 바로 서야 합니다.

  “이 세상이 왜 이 모양인가?” 탓하기 전에 우리 역시 공범자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세례를 통해 회개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며 세상 모든 이, 특히 약한 이들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협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의로움을 등지고 작은 이익에 양심을 저버리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고 참다운 회개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곡학아세(曲學阿世) : 바른 길에서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이나 권력자에게 아첨하여 출세를 하려는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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