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향기
마땅히 행할 바를 행하자.
의정부 주교좌성당 주임 서춘배 아우구스티노 신부
오늘은 자선주일입니다. 빈첸시오회원이 들려준 얘기입니다. 홀로 사는 어떤 할머니는 빈첸시오에서 지원해주는 작은 액수의 봉투를 건네받으면 항상 어디론지 달려가곤 하더랍니다. 알고 보니 옆집에 역시 혼자 사는 비신자 할머니와 그것을 나누어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에 꼭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일 겁니다.
대림시기 한 가운데에서, 우리 역시 세례자 요한에게묻고싶습니다.“ 그러면우리는어떻게해야 합니까?”복음에서처럼 그는 나눔을 명하지않을까요.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지금 여기서 나누라는 단순한 대답일 것입니다.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것이라는 주님의 말씀도 떠오릅니다(루카 11,
41). 나누고자 하는 우리의 너그러운 마음 안에주님이 오시지 않겠습니까! 남에게 행하는 것은실로 자기 자신에게 행하는 것입니다. 자선을 베푼다고 하지만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선하신 하느님의 그 마음을 닮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리와 군인이 등장합니다. 자기 위치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묻습니다. 회심을 결심한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어떤 철학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많은철학적인 질문이 있지만 마땅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은 알아야될 모든 것을 아는 것이라 했습니다.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는 학문이라는 것은 특별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일에 있어서 그일에 따른 마땅함을 찾기 위함이라 했습니다(擊蒙要訣의 서문). 이처럼 우리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마땅히 그 행 할바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세례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이 된 우리는 본능적으로 무엇을 해야 될지 알고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삶을 복음에 비추어 보고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를 찾는자리가 있어야 됩니다. 그 자리가 반모임, 바로소공동체입니다. 소공동체모임은 단순하게 복음나눔 만을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가정, 이웃, 일터, 그리고 세상 안에서 자기 위치에서 마땅히 해야 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개인의 신앙적 그리고 인간적인 성숙은 물론이고 교회의 사명인세상의 복음화도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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