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순 수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산재사목실)
4월 27일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산재사목팀은 노동사목회관에서 산재 사망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보듬고자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다. 30명 가까이 모인 이 자리에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오랜 기간 치료를 받고 있는 산재환자 보호자인 ㅁ씨도 함께 했다.
처음 만났을 당시, 그는 어린 아이들을 시골 어르신들께 맡기고 오로지 남편 간호에만 헌신하고 있었다. 5년여 병구완으로 그에게 남은 것은 '사생활을 가질 수 없는 다용병실의 열려진 가난함에서 오는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우울증'이었다. 병원은 각 사람의 아픔과 상처가 집약되고 도드라지는 곳이다. 그래서 조금만 스쳐도 느껴지는 통증은 크기 마련이다.
그는 주위 천주교 신자들의 따뜻함이 고마워 성당에 다니고는 싶었지만 선뜻 믿음이 생기지 않아 망설이던 중에 아는 분 소개로 나와 연결이 됐다.
2008. 05. 11발행 [969호]
'하나의 열매는 세상 사람을 다 먹일 씨앗을 갖고 있다'는 믿음과 바오로 사도의 열정에 힘입어 오전 시간을 온전히 내야 하는 비효율적(?) 선택으로 그와 교리교육을 시작했다. 2개월 동안은 그가 병원생활에서 겪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예수님의 인간관계'에 대해 살펴봤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예수님은 남을 위해 헌신하는데 자신은 가족만을 위해 산다"며 예수님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이후 그는 예수님으로 인해, 남편처럼 산재를 당한 이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지기 시작했다. 2년 동안 빠짐없이 교리를 받고나서 그는 2000년 7월에 세례를 받았다.
교회는 많은 곳에 사도들을 파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분명 사도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겪는 아픔이 산재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절망의 늪에서 힘들어할 때 희망을 건네주는 다리가 되고 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이해한 만큼 사랑한다'고 한다. 예수님의 삶을 재현하고자 그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며, 이웃들도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들의 판단에 자신을 맡기지 않고 용기를 내 자신이 살고 있는 '이 도시에 하느님의 백성이 많음'을 인식하고 그 백성 안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보고자 하는 그에게 사도가 받는 상이 주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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