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

당신의 가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

namsarang 2009. 12. 30. 11:09

[사도직 현장에서]

 

당신의 가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점순 수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산재사목실)


   며칠 전, 우연히 본 응급차량의 글귀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당신의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 중 하나다. 이처럼 소중한 당신의 가족,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건강이다.

 지난해 봄, 우리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산재사목팀은 사회에서 방치돼 있다시피 한 재가 진폐환우들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자 관계 부처 및 관련 단체들과 함께 선진국 의료재활 시스템을 시찰하러 독일을 방문했다.

 "어머나! 세상에 그런 제도도 있어요? 아니, 우리 일정을 제대로 활용하고자 전용 차량을 빌렸는데, 운전기사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시동을 건 시간부터 정확히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하다니…"

 고객 입장에서 상대방 입장으로 건너는 데 있어 나는 늘 한 박자가 늦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노동자를 보호하는 작업 환경이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를 뒤늦게야 본 것이다.

 작업 환경이 노동자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바다.

 그렇지만 알고는 있지만 실행은 하지 않는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산업재해로 입는 노동손실은 노사분규로 인한 손실의 51배라고 한다. 노사분규나 파업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경제손실액이 얼마라고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헌데 무려 51배나 손실액이 큰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누가 그렇게 야단법석을 떠는가? 사고 당시에만 몇 명 사망, 부상만 언급하고 만다. 산업재해 당사자나 그 가족이 겪는 고통과 아픔, 두려움 같은 건 언급조차 없다. 덧붙여 요즘엔 기업을 위해 갖가지 규제를 완화한다는 소식,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니…, 연일 들려오는 소리에 가슴이 무너진다. 노동자들이 아무리 힘써 일해도 허리를 세울 수 있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ㆍ28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서울 노동사목위원회 산재사목팀이 마련한 행사 중에 산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조별 나눔이 있었다. 이 나눔에서 "매일 8시간만 일해도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사안"이라고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장시간 노동, 그리고 강도 높은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건강해야 세상이 건강하다. 노동자는 하느님 창조사업의 협력자요, 예수님 구원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이다. 하느님의 창조사업과 예수님 구원사업의 참여자가 바로 당신의 가족, 그리고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