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

순교자의 후손은 살아 있다

namsarang 2010. 1. 1. 10:16

[사도직 현장에서]

 

순교자의 후손은 살아 있다

                                          
                                         조미형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부산 오륜대순교자기념관)


        ▲ 조미형 수녀
   
  주말 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은 활기차다.

 순교자들 유물을 관람하거나 순교자를 통해 기도하기 위해 오시는 순례자들이 다른 날보다 많기 때문이다. 순교자들의 시선으로 우리 신앙을 쇄신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이곳에 순교자영성센터를 개설한 지 벌써 3년이 돼간다.

 이들은 강의나 피정을 통해 교회사를 배우고, 우리 신앙 선조들의 영성을 마음에 담아간다. 특히 물에 적신 창호지를 얼굴에 덮어씌워 죽이는 백지사(白紙死) 체험시간에는 예비신자들 표정도 박해시대 순교자들처럼 사뭇 비장해진다.

 9월에는 평신도 신앙실천운동의 하나인 '면형강학회'도 문을 열었다. 성체를 의미하는 면형(麵形)과 학문을 연구하고 닦는다는 의미의 강학이 합쳐진 말이다. 초기교회 신앙선조들은 바로 이 강학을 통해 진리의 구도자, 진리의 증거자가 됐다. 그러니 후손된 우리도 진리의 전파자가 될 것을 다짐하고 싶어지는 순교자 성월이다.

 이곳에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역시 어린이들과 함께 교회사를 공부할 때다.

 사실 교감이나 공감을 끌어낸다는 점에서는 신앙의 굴곡을 거치며 냉담까지도 체험했던 교우들이 최고다. 왜냐하면 이분들은 순교와 배교 사이의 숨막히는 긴장감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교자들의 삶을 나눌 때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참회이며 동시에 화해이다.

 이런 면에서 어린이들은 그런 감칠맛이 적다. 차라리 강의실 밖에서 놀아주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강의신청이 오면 바쁘다는 핑계로 피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본당 신부님께서 3번이나 본당 일정을 바꾸시며 첫 영성체를 앞둔 가정교리팀 피정을 꼭 한국초대교회사를 배우는 것으로 하겠다고 하셨다.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어린이들의 소란스러움을 귀찮게만 생각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고 뒤돌아보며 유대철 베드로 성인께 간절히 기도했다.

 그래서 어렵지만 어린이들에게 교회사를 들려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뜻밖에도 어린이들은 그들이 보는 세상만큼의 교감과 공감으로 예민하게 느끼고 이해하고 아파했다.

 세계교회사에 유례없는 우리 교회의 소중한 역사와 영성사를 어렸을 때부터 자주 접하게 해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 신앙의 뿌리와 영성을 찾고 배우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둔다면 중ㆍ고등부 학생들의 교회 외면 현상에도 해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런 전망도 해본다.
 "순교자 후손은 살아 있다"는 생생한 감사와 기쁨으로.                          2008. 09. 07발행 [98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