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형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부산 오륜대순교자기념관)
이곳 오륜대순교자기념관에 봉사하러 오시는 한 자매님은 아들만 둘이 있다.
큰 아들은 서울대를 졸업한 후 장학생 신분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자매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으셨다.
자매님은 친정 쪽으로 5대째 내려오는 구교우였다. 남편은 결혼할 당시 개신교 신자였는데 자녀들이 커가자 가족간의 종교 갈등을 피하려고 천주교로 개종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큰 아들이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다. 여자 친구는 개신교 신자라고 했다. 자매님은 남편과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부부가 같은 종교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들은 "종교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며 더 이상 말을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고3 때도 주일미사는 빠지지 않았던 아들이에요. 그런데 서울로 대학을 보내고 밤늦도록 공부를 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주일이면 늦잠을 자도록 내버려 두었어요. 또 주일미사 참례를 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습니다. 제 잘못이 커요."
자신이 신앙교육을 잘못시킨 탓이라며 진심으로 슬퍼하는 자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은 '사랑의 질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우리 신앙 선조들께서는 하느님은 세상의 모든 만물을 창조하시고, 나를 만드신 분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니 천지의 큰 임금(大君)이시고 영혼의 큰 아버지이신(大父)이신 하느님을 내 삶의 최우선에 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자녀들을 교육시키셨다.
"사랑하는 아들아, 때가 되거든 아버지 있는 곳으로 오너라." "내 아들이 천주님을 위하여 죽는다면 그 아이에게도 영광이 될 것입니다." "나는 천주님과 천주교를 위하여 죽어갑니다. 여러분도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으시면 천주교를 봉행하십시오."
이는 우리 신앙 선조들께서 자녀들에게, 그리고 후손된 우리들에게 남기신 유언이다. 신앙은 그분들이 목숨과 바꿔 지켜낸 살아있는 유산이다.
이 신앙유산을 나는 자녀들에게 최고의 가치로 물려줄 신념이 있는가? 무엇보다 하느님을 먼저 사랑하는 사랑의 질서를 선택하며 살아가는가? 이렇게 살아내는 신앙의 궁극적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을 거듭거듭 되뇌이는 순교자 성월이 됐으면 좋겠다. 2008. 09. 28발행 [9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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