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

"면형강학회 하는 곳인가요?"

namsarang 2010. 1. 7. 20:32

[사도직 현장에서]

 

"면형강학회 하는 곳인가요?"


                                         조미형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 부산오륜대순교자기념관)


   내게 부산은 사막이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은 오뉴월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처럼 불안하고 두려운 불모지와 같았다.

 이런 곳에서 순교영성을 공부하는 '면형(麵形)강학회'를 시작하라는 소임은 그래서 너무 큰 도전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람을 모아야 할지 몰라 망막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몸소 체험한 사실이 사람이 하는 일과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님께서 모든 것을 하셨으니, 결론은 '대박'이었다. 회원이 많아서도 아니고 모든 것이 풍요로워서도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면형강학회하는 곳인가요?"

 강학회를 열고 접수가 한창일 때 걸려온 '남자'의 전화다. 여성이 더 종교적인 걸까, 아니면 종교가 여성적인 걸까? 수강 신청자들은 대부분 자매님들이었다. 그래서 전화 주인공이 더 반가웠다. 그분이 물었다.

 2년 과정이라고 들었는데 맞는지, 그 과정을 이수하면 어떻게 되는지, 한국교회사를 공부하는 것과 순교영성을 공부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질문하였고, 강사료를 받지 않는 것에 대해 미안하고 고맙고 또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라면서 집사람이 접수했는가를 확인하셨다. 등록이 돼 있다고 하자, "제 안사람입니다. 제가 전화했다는 것은 비밀로 해 주십시오. 놀래주려고요. 저도 같은 날로 접수 부탁드립니다"하며 웃으시던 그 분은 그렇게 강학회 제2호 부부가 됐다.

 "수녀님 맞지요?" 강학회를 신청하시려고 전화를 한 5번째 남자다.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 너머로 착한 사마리아인 모습이 스친다. 신청을 받으며 나눈 짧은 대화 속에, 우리 수녀회의 고유명사들이 튀어나온다. 혹시 해서 여쭤보니 "아들이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수사"라고 하신다.

 같은 식구라는 마음에 용기를 내어 혹시 함께 공부할 분들이 더 계실까요? 했더니 "허허" 웃으신다. 그로부터 20분 후 "수녀님이 함께 공부할 사람을 찾아서 제가 급히 5명 모았습니다"하시는 것이다. 순간 감사의 눈물이 핑 돌았다는 걸 형제님은 아실까?

 교재는 「달레천주교회사」라고 했더니 갖고 있는 책이라고 하신다. 대단하시다고 했더니 "놀라실 거 없습니다. 수면용으로 좋아 산 것뿐입니다"하는 겸손과 센스를 겸비한 분과 함께여서 행복하다.

 첫 수업을 시작하면서 "선조들의 순교영성에 동참한 우리는 이미 창세기를 지나 출애굽을 시작한 것입니다. 출애굽을 했으니 이젠 어제의 묵은 나는 잊고 새 사람으로 부활할 것도 약속합시다"고 말했다. 모두 "아멘!"으로 응답하셨다.

 이렇게 면형강학회 회원들은 오늘도 겸허한 순례자 모습으로, 진리이며 생명이신 주님을 찾아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