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

큰 목소리+강한 눈빛=약한 마음

namsarang 2010. 1. 8. 20:01

[사도직 현장에서]

 

큰 목소리+강한 눈빛=약한 마음


                                                     허 명 숙 수녀(발렌티나, 미혼양육모 그룹홈 스텔라의 집 원장)

   #1= "○○이는 입양 보내라. 너 혼자 아이를 키울 순 없다. 너도 새 출발해야지."

 어려서부터 외할머니께서 엄마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많이 듣고 자랐어요.

 부모님은…? 이혼하셨어요. 아이를 낳아 기르려고 결심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내 아기니까요, 내가 저지른 일이니까 책임을 지려고요.

 #2= 중학교 1학년 때 제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양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재혼을 한다고 하시면서 "내가 너를 입양해서 이만큼 키웠으니 이제 너 혼자 힘으로 살아라" 하셨죠. 그 길로 집을 나와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다 아기 아빠를 만났어요.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고, 가정을 이뤄 하느님 창조사업의 협력자가 되게 하셨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정하신 이 질서에서 벗어나면 '부적응' 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임을 느낄 수 있었다. 스텔라의 집을 찾아오는 미혼 양육모의 성장 배경을 보면 이혼 가정 출신이 90%, 입양아 출신이 5%이고, 나머지 5% 정도만 원만한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다.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말과 행동, 생각의 습득은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배우며 성장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부정적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말과 생각도 부정적으로 형성된다.

 건강한 가족 공동체 안에서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할 기회를 상실한 이들이 나름대로 터득한 삶의 방법은 남보다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두 눈에 힘을 주고 목소리를 높여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상은 한 없이 여리고 약하면서도….

 칭찬과 격려보다 질책을 더 많이 들으면서 자란 이들을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눈에 과도하게 힘을 주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버릇없다 비난할 수 있을까?

 볼 수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고, 말 할 수 있을 때 칭찬을 많이 하고, 들을 수 있을 때 상대방을 헤아려 듣는 법을 배우고, 손을 움직일 수 있을 때 등 두드려 격려하고, 느낄 수 있을 때 작은 것에 감사하고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아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너의 집 안방의 네 아내는 포도알 푸짐한 포도나무 같고 밥상에 둘러앉은 네 자식들은 올리브 나무의 햇순과 같구나"(시편 128, 3).
                                                                                                     2009. 07. 12발행 [10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