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중 제6주일 2010년 2월 14일(다해)
입당송 마태 28,20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
제1독서 민수 6,22-27
화답송 시편 90(89),2와 4.5-6.12-13.14와 16(◎ 17ㄱ)
⊙ 주 하느님의 어지심을 저희 위에 내리소서.
○ 산들이 솟기 전에, 땅이며 누리가 생기기전에, 영원에서 영원까지 당신은 하느님이시옵니다.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같사옵니다. ⊙
○ 당신이 그들을 쓸어 내시니, 그들은 아침에 든 선잠 같고, 사라져 가는 풀과 같사 옵니다. 아침에 돋아나 푸르렀다가, 저녁에 시들어 말라 버리나이다. ⊙
○ 저희 날수를 헤아리도록 가르치소서. 저희 마음이 슬기를 얻으리이다. 돌아오소서 주님, 언제까지리이까? 당신 종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
○ 아침에 당신 자애로 저희를 채워 주소서. 저희는 날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리이다. 당신 하신 일을 당신 종들에게, 당신 영광을 그 자손들 위에 드러내소서. ⊙
제2독서 야고 4,13-15
복음환호송 시편 145(144),2 참조
⊙ 알렐루야.
○ 나날이 주님을 찬미하고, 영영세세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나이다. ⊙
복음 루카 12,35-40<또는 18,9-27 또는 마르 4,1-9>
영성체송 히브 13,8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또 영원히 같은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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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향기]
오시는 주님, 기다리는 우리
성소국장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십니다. 말씀으로, 성체와 성혈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우리의 깊고 깊은 마음을 통해서, 매일의 삶에서 살을 맞대며 살아가는 벗들을 통해서, 그리고 크고 작은 일상의 일과 사건을 통해서 오십니다.
하느님께서는‘오시는 분’입니다. 하느님께서는‘오셔서 함께 하시는 분’입니다. 당신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자리로 들어오시는 분입니다. 기쁨과 슬픔, 힘겨움과 고통으로 누벼진 우리의 삶의 자리가 곧 하느님의 자리가 됩니다.
오시는 분이기에 우리와 무관한 분이 아니라, 다른 누구의 하느님이 아니라, 바로‘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우리의 어깨를 다독여주시기 위해, 세파에 꺾인 우리 다리를 주물러 곧추 세워주시기 위해, 하느님은 우리에게 오십니다. 오셔서 함께 하심으로써 기쁨과 위로, 힘과 용기가 되어 주십니다.“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시는 까닭은 우리에게 짐을 지우고 당신의 시중을 들게 하시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의 짐을 덜어주시기 위해, 우리를 섬기기 위해서 오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우리의 종이 되어주시려는 당신을 기다리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꼭 오시는 분이시니 우리는 깨어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아니 이미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으로 그분을 찾고 느끼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깨어있음 입니다.
말씀으로 오시는 주님을, 성체와 성혈로 오시는 주님을, 우리의 마음을 통해 오시는 주님을, 함께 살아가는 벗들을 통해서 오시는 주님을, 우리에게 주어진 일과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마음의 불을 밝히고 믿음의 눈을 떠 깨어 있으면 됩니다.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시는 주님을 기다릴 수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오시는 주님을 보고, 그분의 음성을 듣고, 그 분의 마음과 함께 하기 위해 지친 삶 안에서도 초롱초롱 깨어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깨어 기다림은 불안과 초조가 아니라 설렘과 기쁨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왜 오시려고 합니까?”가 아니라“어서 오십시오!”가 기다리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단지 마음만이 아니라 삶이 그러해야 합니다.
2010년 새해가 어느새 한 달 보름이 지나 오늘 설을 맞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오순도순 함께 하는 기쁜 날입니다. 가족들과 이웃들 안에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보고 느끼며, 모든 이와 함께 따스한 행복을 담뿍 나누시기를 바랍니다.
[삶의 향기]
무인도에서 만난 하느님
장남수 수산나 (작가)
밥풀이(아들 별명)눔이 군 입대 전에 남자들의 로망이라며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고 돌아와 확실하게 깨친 것 세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는 것
둘째는 의외로 우리나라가 굉장히 좁다는 것
셋째는 다시는 삼복더위에 자전거로 여행은 하지않겠다고 말해서 우리 부부가 크게 웃었습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무인도체험을 한다며 싸구려 텐트와 낚싯대, 그리고 간단한 취사도구를 챙겨서집을 나섰습니다. 이름하여‘자아 찾기’라나요.
어떤 자아는 무인도에 가야만 있는 건가 싶어서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자전거 여행 때처럼 온몸으로 터득한 지혜 세 가지정도야 챙겨오겠지 싶어서 구글 어스를 열어놓고 밥풀이가 갔을 섬을 들여다보며 무사귀환 기도밖에는 어미가 달리 할 수 있는 게없었습니다.
무인도 체험 4박 5일만에 성은 노요, 이름은 숙자씨가 되어 돌아온 아들 녀석 밥풀이.섬까지 안내해준 어부 아저씨가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고 해서 그 말만 믿고 생수 준비를하지 않았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장맛비로 인해 샘이 무너져 식수공급이 되지 않은 것이 조기귀가의 이유였습니다. 아침은 바위틈에 붙은 고동을 긁어와 삶아먹고 점심은 고동 삶은 국물에 준비해간 누룽지를 한 조각 넣어 끓여 먹고, 저녁은 낚시로 잡은 물고기로 하루 끼니를 채웠는데 배고픔 보다는 목구멍이 찢어질 듯한 갈증 때문에 죽을 뻔 했다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밥풀이의 온몸은 혈기방자한 손님 덕택에 몇 일 동안 배불렀을 섬모기들의 흡혈 자욱으로 초토화되어 있었습니다. 어이상실 아들의 몰골을 바라보며 무인도까지 가서 찾으려던 자아는 찾았는지 물었습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이 장난이 아닌데 개뿔! 자아는 뭔 자아? ”
무척이나 시니컬해진 아들 녀석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너무 미워서 죽이고 싶을 만큼 원수진 놈이 있다고 해도 거기서 이틀만 지내면 완전 용서해 줄수 있겠더라. 아니 그놈 발에다 입을 맞추라고 해도 하겠더라구.”
절대고독을 만나 자아를 찾겠다더니 녀석은 자비하신 하느님을 만나고 돌아왔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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