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12) 선교하기 전 필요한 것은?

namsarang 2010. 3. 26. 19:35

[선교할 수 있을까]

 

(12) 선교하기 전 필요한 것은?


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전례 사목부 담당)


   남성 레지오 마리애 00지구 꼬미시움으로부터 간부들 1박 2일 피정지도를 부탁 받았다. 사실 1박 2일 동안 모든 프로그램을 맡아야 하기에 힘든 지도가 될 것 같아 고민했지만, 이들이 좀 더 깊이 하느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싶어 수락했다. 피정을 통해 신앙을 좀 더 심화하기 위해 강의식을 피하고, 체험과 기도 시간을 갖도록 배려했다.

 피정의 핵심은 레지오 간부인 그들에게 봉사자로서의 자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12사도단의 발씻김 예식 체험을 준비했다. 12사도의 전기와 일화가 담긴 책을 읽고 묵상하게 한 다음, 각자가 제자가 돼 서로 발을 닦아주는 발씻김 예식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깊은 체험을 했다. 그들은 12사도가 돼 각자의 삶에서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배워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피정 중에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성시간이었다. 성시간 시작 전에 나눠준 백지에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기도를 적어 다른 그룹 사람에게 주고 그 기도 종이를 받아든 사람은 기도가 필요한 상대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내용을 적어 발표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니, 하나 둘씩 자신이 받아든 기도 내용을 읽어 주고, 그것에 대해 자신이 해야 할 일 등을 발표했다.

 여기서 모두 감동한 것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이었다. 언제나 나와 가족들만을 위해 기도했지, 타인을 위해 이렇게 절실히 기도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피정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보다, 남을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는 것에 대한 더 큰 기쁨을 알게 됐고, 주님께서 우리 기도를 꼭 들으시고 언제나 선물을 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선교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고개를 숙여 그들 발을 씻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선교하기 전에, 이런 기도와 겸손한 행위가 습관화되지 않았기에 선교를 해도 결과가 좋지 않고, 나가기가 두려운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을 그리스도를 전파할 선택된 도구로 규정했다. 단순히 다마스쿠스 회개 사건으로 그 자신을 복음 선포자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을 다스리며, 이방인에게 하느님 복음을 전파할 마음을 다져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 선교 양태는 어떠한가? 레지오 마리애나 선교분과에서 몇 번 강의만 듣고 밖으로 나가 가톨릭을 알리는 전단지를 전하고, 말을 건네면서 선교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 수 있을까? 깊은 묵상과 성찰로 나를 돌아보는 계속 수련을 통해서, 이웃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마음과 낮은 자세를 몸에 체득하고, 나를 복음 선포자로 규정해야만 선교는 가능하다.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환희 드러났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 주셨습니다. 나는 이 복음을 위하여 선포자와 사도와 스승으로 임명을 받았습니다"(2티모 1,10-11).
 
 희생정신으로 예수님의 죽음을 자기 몸 안에 받아들여, …영혼들에 대한 열정으로 영혼들을 위하여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치며 자기 자신마저 바쳐야 한다(「선교 교령」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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