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사목부 담당)
한국에서 40년 넘게 사목하신 한 미국인 선교회 신부님을 만난 적이 있다. "과거에는 우리 선교회 신학생이 90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9명도 채 안 돼요"하면서 선교회 앞날을 걱정했다. "현재 선교회 평균 연령이 74살입니다"고 한탄했다. 잘 정리되지 않은 사무실, 낡은 집은 신부님 나이와 함께 늙어 가고 있었지만 그 신부님 말씀에는 연륜과 함께 교회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머나먼 한국 땅에서, 1945년 해방 이후 미국이 한국을 임시로 통치하고 있을 때, 그들은 평안남북도로 가서 베네딕도회와 함께 북녘에 신앙을 심고, 열심히 선교하여 많은 결과를 남겼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이들을 선교 현장에서 쫓아냈고 남한으로 내려온 이들은 인천과 청주 등지에서 선교활동을 했다. 그러다 한국 신부님들께 성당과 교구를 넘겨주고 다른 선교 지역으로 떠났다고 한다. 지금도 캄보디아, 대만 그리고 일본 등지에서 선교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 신부님이 말하는,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내가 한국에 오래 살았어도 난 미국인입니다. 미국에서 자라고, 공부했기에 미국식 사고방식과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인을 이해하지만 완전히 알지는 못합니다"하면서, 선교사는 무엇보다도 선교지의 문화와 언어를 습득하고, 자신의 문화처럼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교를 나갈 사람은 적어도 1년 정도 언어를 배우고, 그 지역 문화와 역사를 공부해서 그 나라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교사를 지원하는 사람은 세계적 비전이 있으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영성적 측면을 강조했다. 1960년 당시 미국이라는 선진국에서 가난한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현재 한국교회 밑거름이 됐다. 그들이 이렇게 '가난한 한국'에 온 이유는 오로지 하느님 나라를 한국에 건설하고, 신앙을 심기 위해서였다. 단순한 삶을 통해 공소를 본당으로 만들고, 작은 본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하면서 신앙심을 키우고, 교구를 설립하며 한국 교회를 성장시키는 데 조용하고 소박하게 움직였다. 선교를 하면서, 우리가 과연 비신자의 삶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가난하고 소외 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있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떠들썩하고 요란한 '선교 운동'이 아니라, 소박하고 조용한 선교 실천이 중요하다. 국내 선교 대상자는 우리 본당 주변 사람들이다. 그리고 국외는 선교지 국가다. 본당 주변과 그 국가가 어떤 상황이며 우리가 그들에게 어떻게 개방돼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소박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문화를 습득하면서 실천하는 선교는 당장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 인내가 필요하다. 토착화란 한 문화에 그리스도교를 자연스럽게 뿌리 내리게 하는 이론이다. 선교지역 사람과 문화를 우리 삶처럼 여기고 관심 가지면서, 예수님께서 그들 삶의 주님이시고 구원자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민족 문화 안에 교회를 침투시키는 과정은 긴 세월을 요한다. 이것은 단순히 외적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토착화는 "인간 문화가 그리스도교에 수용됨으로써 그 문화의 참된 가치의 내적인 변모가 이루어지는 것과, 여러 가지 인간 문화 안에 그리스도교가 삽입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교회 선교 사명」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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