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5주일- 주님 사랑 드러내는 삶을 살자

namsarang 2010. 5. 2. 10:19

[생활 속의 복음]

 

부활 제5주일- 주님 사랑 드러내는 삶을 살자


                                                                                                                                                          홍승모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유다와 베드로의 배반에 관한 이야기 중간에 위치한 오늘 복음은 수난 전에 주님께서 하신 고별사 중 한 부분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

 이것은 주님 수난과 십자가가 바로 주님의 깊은 사랑을 드러내는 구원 행위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주님께서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바로 이 십자가에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인간을 내면에서부터 깊이 회개시키고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여기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무엇보다 '사랑'을 새로운 계명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계명도 새 것이 있고 헌 것이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새롭다는 뜻은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의미를 나타낸다고 봅니다. 사랑은 인간의 삶을 힘차게 밀어주는 역동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 요한 주해서에서 하신 말씀처럼, 사랑은 인간을 회복시키고 새롭게 하며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인 것입니다. 이 역동적 힘은 우리 삶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킵니다.

 주님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그래서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각자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는 사람,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사랑이 주님에게서 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한 사도는 신앙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주님의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라 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7-8).
 
 주님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은 세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주님 사랑은 어떤 조건도 없이 주님 편에서 먼저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 주신 것입니다"(1요한 4,10)는 말씀이 이것을 증언합니다.

 둘째,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 13,1)는 표현 그대로 주님의 사랑은 죽음을 넘어서까지 계속되는 것입니다.

 셋째,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제자들의 모든 배반을 끌어안는 위대한 사랑입니다. 주님은 당신 제자들 모든 움직임, 그것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모든 행위 하나하나를 당신 마음속 깊이 끌어안으신 것입니다. 그 행위에 담긴 온갖 두려움, 근심, 걱정, 부끄러움까지도 당신의 사랑과 배려로 품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새롭게"(묵시 21,5) 만드신 것입니다.

 그래서 요한 사도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 친히 그들의 하느님으로서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묵시 21,3-4).
 
 우리는 주님 사랑을 통해,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행복이란 만족한 삶이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만족할 수 있으면 무엇을 먹든, 무엇을 입든, 어디에 살든,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은 행복한 삶입니다. 우리의 진짜 불행은 부족하고 없는 것이 많아서라기보다 늘 없다고 느끼는 결핍감에서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상대적인 결핍감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부족함을 메워 주신다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각자 마음 속에는 주님이 주신 사랑의 씨앗이 담겨있습니다. 그 사랑의 씨앗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가꾸는 사랑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세상 사람과 똑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 바로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이런 삶은 세상적인 것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워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 내 인생의 동반자가 돼 주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