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 담당)
언젠가 신호 위반으로 교통경찰에게 딱지를 뗀 적이 있다. 오랜 만에 간 그곳은 얼마 전까지 유턴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런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유턴 자리에 좌회전 표시판이 있었다. 유턴을 해야 바로 고속도로로 빠질 수 있기에, 예전처럼 좌회전 표시를 보고서도 그만 유턴을 해버렸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경찰에게 걸리고 말았다. 만일 거기서 걸리지 않았다면, 다시 좌회전 신호를 보고도 유턴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 질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딱지를 뗀 후 작은 교통질서를 지키겠다고 다짐하면서 아깝지만 벌금을 바로 냈다.
'그때 만일 사고라도 났다면 어떻게 됐을까'하고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경찰에 걸린 일이 한편으론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작은 것을 방치하다 큰 사고를 낼 수 있다는 이론이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다.
"1994년 미국 뉴욕 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주 대상은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가 아니었다. 낙서, 교통질서 위반 따위 경범죄 근절부터 나섰다. 사람들은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뉴욕의 살인범죄가 절반으로 줄었다. 이것은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의 현실 적용 사례이다.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로부터 범죄가 확산된다는 것이 핵심이다."(경향신문, 2009년 9월 16일자)
선교에서 증거의 삶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모든 신자들이 잘 알고 있다. 그 증거의 삶은 이웃에게 사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생활에서 작은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때론 작은 교통 법규를 위반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편법을 사용하면서, 작은 법을 무시하려한다.
하지만 그것은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르면, 작은 위반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작은 질서도 중요시해야 한다. 특히 공인이거나 사회 지도자의 작은 위반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공인인 가톨릭 신자들은 더 많이 조심하고 작은 실수, 잘못도 저질러서는 안 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활용한다면, 긍정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신자들이 성당을 처음 찾아오는 미신자, 예비신자, 그리고 이웃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관심과 배려를 베풀면서 작은 사회 법규를 철저히 지킨다면 가톨릭은 사회에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동시에 우리 교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신자 수를 늘리며 냉담교우를 돌아오게 하는 데 효과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교란 현실 삶에 밀착돼 있다. 우리 신자들이 복음 선포라는 차원에서 대화하고 애덕 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생활을 점검하면서 작은 선행을 베푸는 것이 이웃에게 감동을 주고 선교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만일 복음 선교가 복음과 인간의 구체적 생활과의 관계, 즉 복음과 개인적 사회적 생활 사이에 지속적인 상호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완전한 복음 선교라고 할 수 없다. (「현대 복음 선교」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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