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사목부 담당)
필자는 평화방송 라디오 '함께하는 FM 오후 3시'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신자들이 전화, 인터넷, 휴대폰 문자로 신앙 상담이나 질문을 해오면 교회 입장에서 답하는 꼭지가 이 프로그램 후반에 있다.
질문하는 내용은 대부분 간단한 신앙 상담과 교리이다. 예를 들어 고해성사를 미사 10분 전에 급하게 보았는데 유효한지 묻거나 성가대원들이 연습을 불참하는 경우가 있고 지휘자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고 상담하는 경우 등이 있다. 여기에서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생각보다 교리 상식과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교리신학원에 있을 때, 교리책을 중심으로 입학시험을 출제해 성적을 매긴 적이 있는데 점수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신학원에 올 정도면 교리 상식은 어느 정도 알 것이라 여겼는데, 많은 입학생들이 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 예비신자들이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씩 주입식 강의를 듣고 세례를 받는다. 생소한 용어와 개념을 설명 듣는 게 고작이다.
이후 본당에서 실시하는 특강 등을 통해 교리 상식을 듣고 알게 된다. 신자들에게 교리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구원에 매우 중요한 문제인 성사생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컨대 미사를 빠지면 주님의 기도 33번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전례와 연관된 문의가 오곤 한다. 예컨대 성체 분배자가 제대에 있는 게 맞느냐 아니면 신자석에 있는 게 맞느냐, 혹은 성가대 특송을 영성체 전에 하는 것이 맞느냐 영성체 후에 하는 것이 맞느냐는 등 전례의 중요한 부분보다는 작은 부분에 대한 질문들이다. 이런 문의 등을 통해 전례에 대한 신자들의 지식 정도를 가늠할 수가 있다.
이러한 교리 상식과 전례 지식 부족은 신앙생활을 하는 데 기쁨보다는 공동체에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서로 자신의 견해가 맞고, 다른 이의 견해는 틀리다는 양분된 분위기는 공동체 전체를 혼란케 한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가르침도 역시 자신들이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판단한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교리와 전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신앙생활을 해야 신앙생활 전반에서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정확한 교리 지식 습득은 선교에도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면 내가 정확히 교리를 알아야 이웃에게 확실히 그것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만난다. 물론 일상에서 사람들은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종교를 주제로 삼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 가톨릭 교리 지식을 정확히 인지한다면, 자신있게 교리를 설명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이면, 미신자들은 흥미를 잃고 질문을 중단할 것이다.
이렇듯 선교는 교리지식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더불어 그것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어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위해 교리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가두선교든 대화선교든 교리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전달 연습은 선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훌륭한 증거라 하더라도 설명되고 납득되지 못하면 때로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될 것이다(「현대 복음 선교」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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