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사목부 담당) )
주일 오후 혜화동성당 주변은 필리핀 사람들로 붐빈다. 거기서는 우리나라 장이 서는 것처럼 필리핀 음식과 잡화 등을 팔고 산다. 성당 앞에는 이미 필리핀 여행사와 카페 등이 생겼다. 주일 오후 이곳을 걷다 보면, 한국이 아니라 필리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이제는 전철 등 대중교통에서도 쉽게 이주민들을 볼 수 있다. 한국은 빠른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춰 다문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은 62만4322명이다. 이들 중 전체 노동자는 25만9805명이다. 이 다문화 사회를 이끌고 있는 부류는 유학생, 주재원이기보다는 이곳에서 삶을 정착한 다문화 가정과 노동자들이다. 중국 연변(조선족), 필리핀,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네팔, 러시아 등지에서 온 그들은 코리언 드림을 꿈꾸고 한국 땅을 밟는다. 또 농촌에 부족한 여성을 베트남, 필리핀 여성들이 시집와서 채우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면 인권 침해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다문화 가정에서 외국인 여성들은 문화적 차이로 부부 갈등, 가정 폭력 등으로 가정 밖으로 쫓겨나며, 그 자녀들 역시 거리에 내몰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주민들을 위해 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등이 돕고 있으며, 그들의 인권을 위해 여러 시설 등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 사목을 이 위원회에 맡기는 것으로 끝내도 되는 것일까? 교회 선교 활동은 모든 구성원이 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주민들이 비록 소수지만 우리와 함께 살아가면서 경제 활동 일부분을 담당한다. 이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사목적 배려는 교회가 새로운 관심을 둬야 할 매우 중요한 선교 과제다. 우선 그들이 한국에 정착해 자신들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올바른 한국 문화를 익히도록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교회나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캐나다에는 수많은 남미 이민자들이 온다. 캐나다 정부는 무료로 불어와 영어를 가르치며, 취업 역시 알선해 주고 주거 안정도 도와준다. 이렇게 해야 이주민들과 그 2세들도 우리 문화에 녹아내려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들을 교회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와 함께 레지오 마리애 회합도 하고 ME도, 꾸르실료도 하면 어떨까? 그래야 그들이 어떻게 일하며, 자녀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의 문화와 관습이 무엇인지 우리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그들과 우리 문화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 문화를 배우고 함께 나눴으면 한다. 한국은 이제 100만 명이 넘는 이민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그들 문화를 함께 나누며 어울리는 교회 공동체가 돼야 한다. 그럴 때 교회의 보편성 실현인 선교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사목은 점점 분화하고 있다. 즉, 경찰 사목, 교정 사목, 군인 사목, 직장인 사목, 병원 사목 등과 같은 분야를 이주민들에게로 확장하여 그들 문제를 우리 문제로 인식하면서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노력 속에 우리의 선교 활동 또한 활기가 넘칠 것이다. 아시아는 … 이주자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례 없는 홍수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인간적 존엄성과 문화적 종교적 전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지지와 배려가 필요합니다(「아시아 교회」 34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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