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사목부 담당)
지난해 여름 태풍 모라꼿이 대만 남부를 강타했다. 이 태풍은 2900mm가 넘는 물폭탄을 동반해 대만을 할퀴고 지나갔는데, 대만 1년 평균 강우량보다 많은 비를 퍼부었다. 마치 영화 '해운대'의 장면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집중호우로 곳곳에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을 덮쳤고 거센 물살이 제방을 넘어 자동차와 건물들을 파괴했다. 그야말로 인간 문명이 한순간 무너지는 아수라장이었다. 샤오린 마을은 그 태풍으로 주민 중 약 400여 명이 변을 당하고 말았다. 단 몇 시간 내에 퍼부은 집중호우는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남겼다. 잇따라 발생한 태풍 켓사나는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에 큰 피해를 주고 사라졌다. 특히 필리핀을 지나간 이 태풍은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수만 명의 이재민을 남겼다. 왜 이렇게 동아시아에 태풍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듯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바다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이 불면 수증기가 태풍에 유입돼 엄청난 양의 비를 동반한 태풍이 된다. 이러한 태풍과 집중호우가 바다 수온이 올라간 동남아시아에 몰아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우리나라 해안도 온도가 상승해 아열대 기온이 돼가고 있다. 식인 상어가 자주 출몰하고 해파리 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징표는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호우를 동반한 태풍이 머지않아 불어 닥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은 계속된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경제대국과 개도국의 협정이 가장 필요한 때이다. 지난해 열린 코페하겐 기후협상 회의에서 주요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구체적 협정을 맺었다. 중국과 미국의 참여는 이제 지구 온난화와 환경 문제에 희망을 담보하게 됐다.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의식 역시 매우 중요하다. 지구는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선물이다. 그리고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하느님 자녀이기에 이 선물인 지구를 잘 보전해 우리 자손들이 아름다운 지구를 오랫동안 향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환경 보전에 교회가 앞장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이 세상에 복음적 삶을 살고 선포해야 하는 우리 선교의 목적이기도 하다. 환경문제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생활의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다. 예컨대 엘리베이터 타지 않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쓰레기 줄이기, 컴퓨터 사용하지 않을 때 끄기, 재활용과 재사용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경문제에 대해 우리의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와 국가사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시민들과 함께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지난 G20 국가정상회의에 앞서, 국제환경운동 단체인 그린피스 회원들이 높은 교량에 올라가 환경문제를 알리는 포스터를 달고 시위를 했다. 이렇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언제나 우리 선교의 한 방편으로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경제문제가 환경문제보다 우선이라는 우리의 안이한 생각과 태도는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지구 곳곳에 재해와 피해가 속출하여 하느님께서 주신 지구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경고를 교회가 앞장서서 알리고 가르치는 행동에 앞장서야겠다. 인간은 선진 기술의 도움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의 혜택을 누리며 자연을 새롭게 가꾸어 나감으로써 자연이 전 세계인들에게 훌륭한 서식처와 양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연을 합리적이고 책임 있게 관리하여야 합니다. (「진리 안의 사랑」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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