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30>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선교

namsarang 2010. 7. 31. 14:40

[선교할 수 있을까]

 

<30>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선교


   이탈리아 유학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본당 체험이었다. 어학을 배울 때부터 필자는 운 좋게 한 본당에 살면서 생활 이탈리아어를 체험하고 배웠다. 신자 200여 명이 있는 작은 본당인데, 그곳에서부터 이탈리아 사제들의 사목이 한국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자들은 언제나 조용히 전례력에 맞춰 성당에 오고 미사에 참례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곳 본당 사제들은 과연 사목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내 의문은 금세 바뀌었다.

 필자는 이듬해 여름 또 다른 본당을 가게 됐다. 그 본당도 역시 특별한 본당 사목이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 본당처럼 단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본당 주방 도우미뿐 아니라 사무장도 없었다. 대부분 본당 사목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그들 사목이란 고작 우리네 가정방문처럼 보이는 방문뿐이었다. 처음에는 식사 때문에 가정방문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것이 아니었다. 식사초대를 받아 방문한 그 집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가정의 어려움에 대해 듣고 동감해주는 것이었다. '이것이 이탈리아 사목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탈리아 본당에서 사제는 아침부터 신자들과 만나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는 일상의 대화였다. 어떻게 지내느냐, 누가 아픈데 어떠냐? 등. 그러면서 주임신부는 본당 신자들의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때론 같이 슬퍼하고, 용기를 주기도 하고, 환자가 있는 가정에 들러 함께 기도하고 위로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가장 중요한 사목이었다.

 우리 본당신부들은 약 5년의 짧은 기간에 한 본당에서 사목을 하기에, 자신이 맡고 있는 본당 신자들을 전부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목자는 신자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아픔과 고통,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탈리아 본당 체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단체 지도와 행사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신자들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목이 가장 중요한 사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선교 역시 이래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마음을 달래주고, 그들 아픔에 공감하며, 기쁨을 나누는 마음이 선교에 가장 우선시 돼야 하겠다. 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교리를 설명하고, 성당에 나오게 하며 성체를 모시게 하는 것이 관건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가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동질적 감정을 나누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 선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영적 어려움, 신앙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함께 이뤄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렇게 하면 믿지 않는 사람들뿐 아니라 냉담교우 회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 본당에 활용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신앙 상담소'를 설치해 평신도를 활용하여 '감정 선교'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 이웃에게 가톨릭 이미지를 업(up)하게 하여 이웃에게 잔잔히 교회를 알리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 좋겠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융합한다는 것만이 아니고 그 사람들의 갈망, 재물과 궁핍, 기도하는 방법, 사랑하는 방법, 인생과 세상을 생각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서 기본적 진리를 조금도 변경시키지 않고 복음의 가르침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전해야 하겠다. (「현대 복음 선교」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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