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32) 평신도, 창의적으로 선교하라!

namsarang 2010. 8. 20. 23:00

[선교, 할 수 있을까?]

 

(32) 평신도, 창의적으로 선교하라!


                                                                                                                                  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사목부 담당)


   필자가 로마 유학 중일 때다. 박사 학위 논문 초고를 주임 지도교수에게 제출한 뒤 평가를 기다리는 동안 '뭐 특별한 지적은 없겠지'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마침내 교수가 불러 찾아갔는데, 이게 웬 말인가. 교수는 내가 3년 동안 작업한 논문을 다시 쓰라고 했다. 순간 아찔했다. 3년이라는 세월을 허송세월한 것만 같았다.

 교수는 나에게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논문 주제를 깊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 한 달 동안 필자는 죽을 맛으로 생각을 짜냈다. 일주일 동안 그 생각의 단초를 잡고 나서 다시 교수를 만났다. 그때 교수는 매우 흡족해 하면서 내 견해를 확장하라고 했다. 필자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논문을 다시 정리했다.

 결국 1년 늦어졌지만 이렇게 논문을 작성하면서 교수가 나에게 가르치려 했던 것은 내 생각을 전개해 나가는 훈련이었음을 알게 됐다. 다른 사람의 것을 인용해 논문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필자의 생각을 논문에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친 것이다.

 '창의력', 이것은 우리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놀면서 일할 때 그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일의 주인이 돼 놀면서 일할 때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본당에서 평신도들은 과연 사목과 선교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 것일까? 교회 구조 특성상 교계제도 아래, 평신도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제나 수도자가 시키는 일만 하면, 그 또한 문제가 있다.

 그래서 평신도가 자율적으로 자신의 일을 찾아서 재미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본당 총구역장이 아이디어를 내어 유에스비(USB) 메모리 칩에 성경을 입력해 주임신부 허락을 받고, 남성 신자들에게 나눠 줬다. 그는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성경말씀을 쉽게 접하고 찾을 수 있게 신자들을 도와 준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분명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평신도는 선교의 첨병이기에 항상 자신에 맞는 창의력을 발휘하여 믿지 않는 이들에게 접근하고, 그리고 복음화에 매진할 수가 있다.

 이러한 창의력을 가지려면, 신앙생활이 즐거워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자율적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고,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들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생각의 지평을 열 수 있도록 혼자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아울러 각자 생각해 낸 창의성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나눔은 내 생각을 발전시키고, 풍요롭게 하며 성장시킨다. 그래서 그룹이나 단체에서 자신의 '창의적 생각'을 쉽게 나눌 수 있는 인격적 성숙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성직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신자들의 선교와 사목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를 북돋아주는 것이다.

 이렇게 평신도들이 재미있고 참여적인 '노는 분위기'에서 나온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분명 우리 교회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신도들이 선교사로서 존재하고 활동하는 범위는 아주 광범하다. 그들의 고유한 분야는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정치, 사회, 경제 등 아주 광범하고 복잡한 세계이다. 교회 안에서는 여러 가지 직무와 의무와 기능과 그리스도교 생활을 활성화하는 방법 등이 있다. (「교회 선교 사명」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