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사목부 담당)
해외 선교사들을 만나 그들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가끔 있었다. 유학 때 만난 교수 신부들이 대부분 선교사들이었고 유럽의 다른 곳에 있을 때, 지도 교수가 추천해준 숙소들도 대부분 선교회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직접 해외 선교를 하지 않았지만, 해외 선교사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해외 선교의 가장 큰 어려움이 고독이라는 것을 알았다.
언어와 관습, 음식은 선교사들을 고독하게 한다. 어학 공부를 했더라도, 원주민의 고유한 표현을 익혀서 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토착 음식도 선교사에게 큰 고통이다.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토착민의 생활 관습 역시 맞지 않은 옷을 입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모든 것은 선교사를 움츠리게 하고, 고향을 생각나게 하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특히 선진국에서 저개발국으로 선교사로 나가면 문명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대 문명의 도움을 적게 받기에 모든 것이 느리다. 그래서 어려움이 더 크다. 본당 신자 이름뿐 아니라 가족 사항, 그들의 아픔과 고통, 기쁨, 경제 등 원주민 신자들의 모든 면모를 파악해야 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들과 가까워 지려면 기다려야 한다.
이런 모든 과정 속에서 선교사는 고독과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즉, 그들의 언어에 익숙해지고 관습이 몸이 배고, 음식도 어느 정도 적응되면, 원주민들과 그들 고통과 어려움,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고, 선교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저개발국 선교지에서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난과 질병 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많다. 유럽 선교사들은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학교를 세워 원주민을 가르치고 자활하도록 돕는다. 이는 본격적 '선교'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러한 개발을 통한 선교는 '연대를 통한 인간 존중'이라는 사회교리와 맥을 같이 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원주민들의 가난과 질병을 해결하려는 선교사들 노력은 그들에게 선교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과 동화된 선교사는 매 주일 미사와 성사의 힘으로 하느님 은총을 추상적 의미가 아닌 삶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선교사는 본격적인 자신의 사목을 시도한다. 파견지 국가에서 성공한 사목을 선교지에 시도해 보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의 '소공체 모임'을 이탈리아의 작은 본당에서 실시하는 한국 선교사를 옆에서 본 적이 있다.
분명 이탈리아 사목 형태와는 다른 한국 소공동체가 설마 성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그들 모임은 잘 이뤄졌다. 한국의 구역 반 미사 등 신자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사목은 그들에게도 생소한 것이었으나, 이것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렇게 자국에서 했던 사목을 하나 둘 수행하면서 선교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 선교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선교사는 열린 생각과 넓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에게 맡겨진 직무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다른 민족들의 풍습과 변화하는 상황에 과감히 적응하여야 한다. … 또한 그 민족의 언어를 유창하고 세련되게 구사하여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에 쉽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선교 교령」 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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