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35) 아일랜드 한 청년의 경험

namsarang 2010. 9. 11. 10:51

[선교, 할 수 있을까?]

 

(35) 아일랜드 한 청년의 경험

                                                                                                                              
                                                                                                                                    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사목부 담당)

   유학 중 방학 때 영어도 배우고 논문을 쓸 요량으로 영국에 잠시 머문 적이 있다. 기숙사는 런던 외곽 한 선교회였다. 거기서 아프리카 선교를 마치고 은퇴하신 인상 좋은 아일랜드 신부님을 만났는데, 그 신부님이 휴가차 아일랜드로 가면서 나를 초대했다. 나는 영어를 실제 사용해보고, 미국 가톨릭의 고향인 아일랜드 여행을 생각하면서 흔쾌히 그 초청을 받아들였다.

 아일랜드 남쪽에 있는 신부님 고향에서 한 청년을 만나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됐다. 그 청년은 내가 로마에서 선교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프리카 체험을 영웅담처럼 들려주었다. 알고 보니, 그 청년을 비롯해 10여 명이 아프리카 선교 체험을 하고 왔던 것이다.

 그 청년과 몇몇 아일랜드 청년들은 아프리카에 가서 처음엔 사람들과의 만남이 긴장되고 서먹했지만, 시나브로 그들 문화에 익숙해져 갔다. 특히 식습관에서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수용하게 됐으며, 서양인들의 포크와 수저 사용 등 식사 문화도 가르쳐 줬다. 춤과 북 소리에 맞춰 봉헌하는 그들 미사에 빠져들어 그들과 하나가 됐다고 밝은 얼굴로 나에게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그의 밝은 얼굴에서 단순한 기쁨이 아닌 깊은 회개의 체험이 묻어남을 볼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달 동안 아프리카에서 청년 캠프를 하고 돌아왔던 이탈리아 어느 본당 보좌 신부 이야기도 생각났다. 서구 교회가 성소자들이 부족한데도 선교사를 해외에 파견할 뿐 아니라 젊은이들을 선교 현장으로 장기간 보낸다는 사실에 놀랐다. 선교 현장 방문과 체험을 통해 선교지 문화를 이해하고 나아가 선교사들 삶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선교 수도회 장상들도 선교사들이 파견된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격려하고, 그들 어려움을 해결하려 한다. 서구 교회의 많은 교구와 선교회들이 이러한 방문을 통해 상호 이해의 지평을 넓히며, 선교의 의미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젊은이들을 비롯한 평신도에게도 선교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음을 알았다.

 한국교회도 점차 해외선교에 관심을 갖고 많은 신부ㆍ수녀들이 선교사로 나가고 있다. 사전에 많은 준비와 정보 습득으로 선교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그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환경에 처해있는지 그리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파악하고 도와주면 그들이 선교사로서 더 큰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방문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선교사는 선교 현장 체험을 자국 교회에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이국땅에서 선교하는 선교사와 그의 사목을 알려 신자들 관심을 불러일으키면 직접 선교 현장 방문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이럴 때 선교사를 파견한 교회 역시 신앙 유산을 함께 공유하고, 보편 교회의 형제애를 나누는 기쁨으로 풍요로워진다. 이러한 모든 교회의 노력을 통해 선교사는 처음 출발이 조금 고독하고 힘들더라도, 그의 선교 활동은 기쁨의 은총으로 하느님께서 돌려주실 것이라 확신한다.
 
 선교 생활과 새로운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풍요롭게 하고 자신의 신앙을 굳건하게 할 수 있습니다. 선교 지역 방문, 특히 청소년들의 선교 지역 방문은 권장할 만한 것으로서,그들은 그곳에 봉사하러 가서 그리스도인 생활을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교회 선교 사명」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