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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戰作權, 안보 능력 기준으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미연합사령관(미군 대장)이 갖고 있는 우리 군에 대한 전시(戰時)작전통제권의 한국 이양 시기를 2012년 4월 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늦추기로 했다. 청와대측은 "우리 군이 전작권 단독 행사에 필요한 대북 정보 획득 및 정밀 타격 능력을 2015년 무렵 확보할 수 있어 이렇게 결정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2월 "전작권 환수는 나라의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자 자주국방의 핵심"이라며 2012년 4월까지 전작권을 돌려받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그 후 북한이 핵실험, 천안함 폭침 같은 도발을 계속하자 한·미 양측에서 "안보 상황이 달라졌다"며 전환 연기론이 이어졌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전시에 지휘관이 작전계획·명령에 명시된 특정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권한이다. 우리가 전작권을 가져오면 한미연합사체제는 해체되며 전시에 한국군과 미군은 따로따로 작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현재 전작권 행사는 한·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참여한 한미안보협의회(SCM)와 군사위원회(MC)의 통제를 받는다. 또 이 두 기구는 양국 대통령이 합의한 지시에 따르게 돼 있다. 전쟁상태를 선언하는 '데프콘3'의 발령도 군사위원회 건의를 받아 한·미 대통령이 합의해야만 발령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날 "현 정부가 노예근성을 못 버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전 정권의 병풍 노릇을 했던 언론과 이념단체들도 "미군 대장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전작권을 갖는 건 군사 주권 포기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과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공한 안보정책이란 자주와 동맹을 적절하게 결합시켜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이다. 과거 서독은 구소련을 설득, 통일 뒤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잔류함으로써 '대미(對美) 동맹을 통한 안보'를 확보했다.
"우리 경제력이 북한의 40배이고, 주한미군은 앞으로도 계속 남기 때문에 대북 군사적 억지(抑止)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북한은 핵 무기와 세계 4위의 생화학무기, 남한 전 국토가 사정권인 유도탄 1400기, 80여기의 잠수함 전력, 18만명의 기습테러부대 등 단기전 전력에선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지난 50여년 동안 대규모 도발을 하지 못한 것은 미국이 세계 최강 공군력과 대북 정보감시체제로 뒷받침하고 있는 한미연합사체제의 우월한 전술·작전 능력 때문이다. 한미연합사 체제에선 유사시엔 '작전계획 5027'에 따라 미군 병력 69만명을 비롯, 5개 항공모함전투단과 2500여대의 항공기 등 1300조원 규모의 군사물자가 한반도에 자동 증파되도록 돼 있기도 하다. 전작권 전환 후 한미연합사체제가 해체되면 이들 안보상 이점도 사라지거나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기존 한·미 상호방위조약만으로는 이 같은 자동개입이 이뤄지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 환수에 대비해 군 현대화 필요 자금으로 2012년까지 151조원, 2020년까지 621조원을 계산했다. 2020년까지 국민 1인당 1250만원, 4인 가족 기준으로 50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엄청난 규모다. 우리 국민의 세금 부담을 몇 배나 늘려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통일에 우호적인 국제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전작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북한의 호전성에 쐐기를 박을 수 있도록 우리 군이 미군에 기대지 않고서도 독자적으로 작전기획·대북 정보감시정찰·지휘통제통신능력과 함께 북한 미사일·잠수함 기지 등에 대한 정밀타격 전력을 확보하는 게 필수다.
이번 천안함 사태에서 목격했듯 중국이 무슨 일을 저질러도 북한을 무조건 엄호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로서는 한·미 연합작전을 가능케 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핵심으로 한 대미 동맹 이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작권 이양 문제는 자주(自主)라는 선동적 구호(口號)가 아니라 우리의 실질적 안보능력 향상, 남북 간 긴장 완화, 중국의 일방적 북한 후견(後見) 자세의 변화 등을 포함한 기준에 비춰 냉철하게 판단할 일이다. 이 정부는 이런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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