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KBS 김혜자·오현경 등 26명 뽑아
오현경(74·가운데 사진), 김혜자(69·왼쪽 사진), 윤소정(66), 임현식(65·오른쪽 사진), 김애경(58)…. 현재 TV와 연극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이들 중견 배우는 모두 지상파 방송사의 ‘공채 탤런트 1기’ 출신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활발했던 방송사의 ‘공채 탤런트’ 제도는 당시 스타로 발돋움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각 방송사는 매년 20~40명씩 탤런트를 뽑았고, 이들은 전속기간 중 해당 방송사의 프로그램에만 출연할 수 있었다.
현재 활동 중인 대표적인 KBS 1기 탤런트는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시어머니역을 맡았던 정혜선(68)을 비롯, 연극 ‘베니스의 상인’ 등에서 노익장을 과시한 오현경, ‘국민 어머니’로 불리는 김혜자, 지난해까지 KBS 드라마 ‘시티홀’에 출연한 박주아(68),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출연 중인 최정훈(70)씨 등이 있다. 박병호(72)씨도 ‘떼루아’(2008)와 ‘무인시대’(2003)에 출연한 1기 출신이다.
후발주자인 TBC와 MBC도 공채 시험에 뛰어들었다. 1963년 첫 공채 시험을 치른 TBC는 연극인 겸 탤런트 윤소정과 요즘 더 활동폭이 커진 이순재(75)를 배출했다. 선우용여(65)는 TBC 공채 1기 무용수로 데뷔했지만 나중에 탤런트로 전업(轉業)한 경우. 1969년 개국과 동시에 공채를 실시한 MBC는 개성 있는 조연 연기로 사랑받아온 임현식과 김애경, 조경환(65), ‘전원일기’의 ‘일용이’ 박은수(58) 등을 1기로 배출했다.
TV 드라마가 전성기를 맞은 90년대 초, 공채 탤런트제는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KBS는 이병헌(1991년 14기), 송윤아(1995년 17기) 등을, MBC는 오연수(1990년 19기), 장동건(1992년 21기), 심은하(1993년 22기), 최지우(1994년 23기) 등을 배출했다.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뽑힌 공형진, 성동일은 톡톡한 감초 연기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 막 내린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의 둘째며느리 김희정(40·SBS 1기)처럼 뒤늦게 빛을 본 경우도 있다.
2000년대 초 연예기획사의 입김이 커지고, 드라마 외주제작 제도가 확산되면서 공채 탤런트 제도는 급격히 쇠퇴했다. KBS와 SBS는 2003년, MBC는 2004년 공채 탤런트 선발 제도를 폐지했다. 톱스타의 거액 출연료가 문제가 되면서 지난해 KBS·SBS가 자체 탤런트 선발대회를 갖기도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