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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選 시·도지사는 초법적 지위에 있나

namsarang 2010. 7. 14. 22:44

[태평로]

民選 시·도지사는 초법적 지위에 있나

 
             ▲ 김낭기 논설위원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지난 6일 서울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결의 대회'에 참석했을 때 주빈석(主賓席)에 앉지 못했다. 주요 참석 인사들이 앉는 주빈석의 도지사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강기창 강원도지사 권한대행(행정부지사)이었다. 이 지사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직무가 정지돼 공식 초청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 지사는 주최측이 주빈석 옆에 마련해준 자리에 앉아 인사말도 못하고 건배사 순서에서도 빠진 채 개인 자격으로 있어야 했다.

이 지사가 강원도민들의 선택을 받아 도지사에 당선된 것은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이 지사가 직무를 정지당한 것은 법치주의의 실현이다. 이 지사의 처지는 아무리 민주주의라도 법치주의를 벗어나선 존립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요즘 야권 성향 도지사와 교육감들은 이 당연한 원리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기를 도지사나 교육감으로 뽑아준 선거 민심을 앞세워 마치 초법적 지위에라도 있는 양 행동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이미 국민이 결론을 내렸다"며 도시자 권한을 총동원해서라도 4대강 사업을 막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4대강 사업의 근거는 하천법(제3조)이다. 이 법은 '국가는 하천의 효율적인 보전·관리를 위해 종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시책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고 관할 구역의 특성에 맞는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지자체의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있다. 시·도지사들이 4대강 사업처럼 논란이 많은 정책에 대해 비판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법의 명문 규정을 무시할 권리는 없다. 도지사가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선출된 것처럼 하천법 역시 민주 선거로 구성된 국회가 민주적으로 만든 법이다. 지방자치권도 존중돼야 하나 자치권은 법령의 한계 안에서만 보장된다는 헌법 원리도 존중돼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친노(親盧) 세력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했다"며 헌재 결정을 '사법(司法) 쿠데타'라고 맹비난했었다. 헌법에 근거를 둔 헌법재판소를 '선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기관인 것처럼 매도한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그때 '국민이 선출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신성시했던 입법권을 이제 와선 깔아뭉개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해야 할 도지사나 교육감들이 지역의 현실이나 현장의 여건을 고려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수정과 변경을 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선거 민심을 자기들 유리한 대로 해석해 법에 따라 시행하는 정부 정책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건 마치 민주주의를 위해선 법치주의를 어겨도 된다고 하는 것과 같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서로를 견제하고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법이 정당화될 수 없듯, 아무리 선출된 사람이라도 그 권한 행사가 법의 한계를 벗어나면 역시 정당화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상식을 외면하는 사람들 때문에 교육 등 곳곳에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