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심 공약에 멍드는 재정
너도나도 무상급식 약속 교육 공약 예산의 59%
재정자립도 아랑곳 않고 인기 영합 공약 쏟아내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한편에 실내 체육관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실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지 못하고 야외에서 비를 맞아가며 체육활동을 했다. 이 학교 교장은 "실내체육관의 외부공사는 6월 말에 끝났지만 예산 부족으로 내부공사가 중단돼 지금도 개장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학교 교장은 학생 수가 늘어나자 작년 말부터 교실 수를 늘려달라고 시·도 교육청을 직접 찾아가 4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 지원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학교 교실 증설을 외면한 경기도교육청은 그러나 지난해 무상급식 예산으로 678억원을 썼다. 전년의 469억원보다 44.5%(209억원)나 증가한 금액이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작년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되면서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운 결과다. 무상급식 예산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교실·체육관 같은 학교 시설은 뒷전으로 밀렸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무상급식 예산(982억원)을 더 늘렸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지자체장과 교육감들이 경쟁적으로 내건 선심성 공약 때문에 당장 필요한 중요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 멀쩡한 교실을 창고(사진 오른쪽)로 사용해야 할 정도로 공간이 부족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이 학교는 창고를 짓게 해달라고 시·도 교육청에 수차례 요구했지만‘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해 어쩔 수 없이 교실을 창고로 쓰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이 선심성 무상급식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이처럼 창고 등 시설이 부족한 학교가 늘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염홍철 대전시장은 테니스장 5개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150억원의 예산을 떼어놨다. 테니스장 한 개당 30억원 규모다. 대전시 관계자는 "원래는 다목적체육관에 테니스장을 함께 집어넣는 방안을 강구했는데 시장께서 테니스를 좋아하고, 대전에 테니스를 즐기는 시민이 상당히 많을 걸로 봐서 그렇게 (예산안을) 올렸다"고 말했다. 대전의 재정자립도는 52.1%로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6위 수준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지역 내 65세 이상 노인 중 80%에게 틀니와 임플란트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며 2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노인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 고심하고 있다. 경남의 재정 자립도 역시 34%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균(52%)보다 훨씬 낮다.
공항·철도 등 주요 대형 기간시설을 놓고 지자체끼리 벌이는 경쟁도 지방정부 예산에 짐이 되고 있다. 수도권 급행 교통시설을 만들기 위해 오세훈 시장은 경인 지하고속도로 건설 등에 예산 15조원을 책정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GTX(광역급행철도) 건설을 위해 13조7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열 경쟁이 중복 투자를 불러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습 예산 갉아먹는 선심 공약
서울·경기·강원·광주·전남·전북 교육감들은 찬반 논란이 거센 학생인권조례지정 공약에 12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다른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신임 지자체장·교육감들의 무상급식 예산을 집계한 결과 총 6조43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신임 교육감들이 밝힌 무상급식 예산은 4조381억원으로 전체 교육공약 예산의 59%를 차지했다. 무상급식 예산이 늘어나는 반면, 다른 교육예산은 줄고 있다. 경기도청의 올해 영어교육·도서관 지원 등에 들어가는 교육사업비용은 32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6% 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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