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자체에서 줄줄 새는 복지예산
복지시설 이사장이 시설 피보호자를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정부서 주는 급여 빼돌려
수급자가 돈 벌어도 자진신고 안하면 몰라 관리 시스템 허술
2006년부터 4년간 복지예산 2900억 누수
경기도에 사는 이모씨는 2006년 10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하 수급자)로 선정돼 지난 3월까지 1500만원이 넘는 생계·주거급여 등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사실 부동산 자산이 있었다. 2001년 작고한 아버지로부터 경기 파주에 있는 1억4000만원 상당(당시 가격)의 땅을 물려받았다. 그는 지금도 그 땅을 갖고 있다. 규정상 3400만원을 초과하는 자산이 있으면 소득으로 인정돼 기초생활보장수급 신청을 할 수 없는데도 이씨는 부동산 보유 사실을 숨긴 채 지자체로부터 복지급여를 받다가 지난 6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경기도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이사장 윤모씨는 1996년부터 이 시설에서 보호받아야 할 정신지체 2급 장애인 박모씨를 시설 직원으로 등록했다. 복지시설 직원이 되면 정부 예산에서 임금이 지급된다. 윤씨는 이 돈을 빼돌렸다. 지난 3월까지 박씨에게 지급된 임금 1억400만원 중 7800만원을 그가 착복해 부인 명의로 토지를 샀다.
복지 예산이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 대상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줄줄 새나가면서 국가 재정을 멍들게 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 공무원이 복지 수급자 신분을 도용해 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수급자가 자신의 소득을 숨기고 지원금을 타가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 ▲ 경기도의 한 노인문화복지시설에서 노인들이 당구를 즐기고 있다.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로 복지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복지 지원금을 전달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관리허술로 인해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나가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대구 동구의 한 복지 담당 공무원은 친척을 요양시설에 위장 전입시킨 후 수급자로 허위 등록하는 수법으로 2003년 3월부터 작년 5월까지 1억6200만원을 횡령했다. 전북 남원의 한 정신병원 행정실장은 2000년부터 작년까지 9년간 입원 수급자 23명의 급여계좌를 자기가 관리하며, 이들에게 지급된 생계·주거급여 4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2400여억원의 복지 예산이 지자체 공무원 비리와 감독 부실로 인한 중복지급으로 새 나갔다. 같은 기간 수급자들이 소득을 숨기는 식으로 복지 담당 공무원의 눈을 속여 받아간 복지급여도 400억원이 넘는다. 소득을 숨기거나 낮추는 식으로 생계급여를 부정 수급한 경우는 2004년 2800가구에서 2008년 약 9300가구로 3.3배 급증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복지 예산의 총 누수 규모는 2879억원에 달한다. 매년 720억원의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복지 예산의 누수가 심각한데도 이를 방지하는 시스템은 아직 허술하다. 수급자가 일용 근로로 돈을 벌어도 자진 신고하지 않는 한 소득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등촌동 주민센터 김재중 팀장은 "상당수 수급자들이 일용근로로 돈을 번다"며 "하지만 그들은 소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복지급여를 받아간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전산시스템인 '사회복지통합관리망'으로 수급자의 소득 변화 등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세청·국토해양부·연금공단 등 외부 기관 정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경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간 데이터 공유로 상호 감시체제를 갖추고, 요양시설의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도입할 뿐 아니라 위반 행위에 대해선 벌금, 급여 취소 등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