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치매 노모 돌보는 뇌병변 장애 3급 이삼형씨

namsarang 2010. 7. 24. 21:09

치매 노모 돌보는 뇌병변 장애 3급 이삼형씨


"아들 돌아와도 어디서 살아야 할지….
▲ "어머니, 우리 작은 손자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 이삼형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여 년 전 교통사고로 장애인 돼 일도 하지 못해
막내아들은 소년원, 전세금 인상에 쫓겨날 상황
 
 이삼형(이냐시오, 48)씨가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다. 온몸을 단단히 감은 붕대와 복잡하게 늘어진 링거관이 낯설다. '왜 내가 여기에 누워 있지…'.
 곁을 지키던 막냇동생이, 뺑소니 사고를 당해 40일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다고 건네는 말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지난 7월, 서울 광진구 자양4동 반지하 방. 이삼형씨가 치매로 누워있는 어머니(79) 다리를 정성스럽게 주무르고 있다. 뺑소니 사고는 건강한 몸이 전 재산인 이씨의 삶을 앗아갔다. 온몸의 뼈가 바스러지고 좌뇌에 큰 충격을 받아 이씨는 뇌병변 3급 장애인이 됐다.
 
 장애인이 된 이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미싱사 일을 하던 이씨는 뇌 이상으로 더 이상 일하기란 불가능했다. 잘 펴지지 않는 다리와 생각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손으로는 어쩌다 취직이 돼도 며칠 만에 쫓겨나기 일쑤였다.
 
 그런 이씨가 치매로 고생하는 노모와 두 아들을 돌봐야 하는 가장이다. 이씨가 아픈 사이 두 아들을 돌봐주던 노모는 이제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게 됐다. 부인은 이씨가 사고를 당하기 얼마 전 가출해버렸다. 돌봐줄 어른없이 자란 두 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 지난해 막내(18)가 소년원에 갔다"고 말하는 이씨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엄마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 듣지 않게 열심히 키우고 싶었는데 결국 마음뿐이었다. 매달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등을 합쳐도 40만 원을 넘지 못하는 살림살이. 무능력한 가장은 엇나가는 아이들을 막을 힘이 없었다.
 
 얼마 전 막내가 있는 소년원에서 아들의 영상편지를 전하기 위해 직원들이 왔다. "엄마가 없어 서럽다"며 "곧 집으로 갈 수 있다"고 전하는 아들. 이씨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편지 앞에서 정말 서럽게 울었다. 하지만 눈물이 마르자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친척 도움으로 반지하에 마련한 이씨 가족의 작은 전세방.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말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엇나가는 아들 걱정에 울음으로 날을 지새웠는데 이제 거리로 나앉게 생긴 것이다.
 
 잠시 정신이 든 노모가 이씨에게 "작은 손자 어디 갔냐"고 묻는다. 막내는 잘 있다고 말하는 이씨가 애써 눈물을 참아 보지만 눈시울이 다시 붉어진다.
 
 이씨가 다니는 자양동본당 빈첸시오회 김경란(아기 아가타)씨는 "본당에서 부식 등을 지원해도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며 양보하지만 이씨보다 더 딱한 가정도 없다"며 "경제적 지원은 물론 자녀에게 정신적 버팀목이 돼 줄 천주교 단체의 도움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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