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살아서 아내와 딸에게 사랑주고픈데...

namsarang 2010. 8. 18. 21:32

[사피]

 

살아서 아내와 딸에게 사랑주고픈데...


지리산 산골에서 암투병하는 조기석씨 

▲ 조씨 부부가 산에서 캐온 약초를 마당에서 손질하고 있다. 조씨는 "아내와 딸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일어서고 싶다"고 말한다.

 
    아홉 살배기 딸 맑음(리드비나)이가 아빠 배를 문지르며 주문을 외운다.

 "똥아, 똥아, 우리 아빠 괴롭히지 마라. 똥아, 똥아, 우리 아빠 괴롭히지 마라~."

 아빠 조기석(안젤로,48)씨는 위암이 재발했다. 병원에서 배에 복수가 차면 위험하다고 했다. 조씨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대장으로 전이된 암세포가 장과 요관을 자극하는 바람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일이다.

 부인 곽 안젤라씨는 밤마다 주모경을 바치며 남편 배를 문지른다. 맑음이는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엄마 팔이 아플 것 같으면 "내가 할게"하며 달려와 아빠 배를 문지른다.

 경남 창원에서 공사장 허드렛일로 근근이 살아가던 조씨는 지난 5월 가족과 함께 지리산 기슭(경남 하동군 악양면 중대리)으로 이사왔다. "산에 들어가 병을 고친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빈집을 빌려 들어왔다.

 그러나 모든 게 막막하다. 지난해 9월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후부터 겨우내 병원 입원과 검사를 반복하면서 수중에 있는 돈을 모두 까먹었다. 이사 올 때도 곽씨가 언니에게 어렵게 300만 원을 빌렸다.

 조씨는 등교하는 딸을 걸어서 20분 걸리는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주기도 힘들 만큼 건강이 나쁘다. 얼마 전 텃밭에 의자를 놓고 앉아 마을에서 얻어온 들깨 모종을 한나절 심고 나서도 며칠 동안 끙끙 앓았다. 조씨는 "병이 재발하는 바람에 아이와 아내에게 몹쓸 짓을 시키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나마 부인 곽씨는 마을 이장이 일감을 줘서 매실 따는 일을 3일 동안 했다. 곽씨는 "품팔이를 할 일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산골이라 그런지 일감이 없다"며 "가을에 대봉감 수확할 때나 일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기댈만한 친척도 없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어머니가 재혼하는 바람에 초등학생 시절부터 외할머니 밑에서 외롭게 컸다. 늘 배가 고프고, 주머니는 비어 있었다. 그래서 중학교만 겨우 마치고 사회에 나가 부초(浮草)처럼 떠돌다 부인을 만났다.

 조씨는 "어릴 때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어 지금 아내와 딸을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른다"며 "미안한 마음뿐인 아내와 딸을 생각해서라도 살아아 하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으로선 병원비가 무서워 병원 가기도 겁이 나는 상태다.

 조씨 사연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경남 하동에 있는 서울대교구 사제휴양원 원장 이해욱 신부다.

 이 신부는 "상황이 절망적인데도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맡긴 채 밝게 살아가는 조씨 부부에게 어떻게든 도움의 길을 찾아주고 싶다"며 "평화신문 독자들이 천사가 돼 달라"고 호소했다.

                                                                                                                                                                 김원철 기자 /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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