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대전교구 대화동본당 한덕순 엘리사벳씨 가정

namsarang 2010. 8. 1. 12:28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대전교구 대화동본당 한덕순 엘리사벳씨 가정


"손자들 바라보고 살고 있지만..."
빚 진 아들 잠적한 뒤 홀로 손자,손녀 맡아 키워... 정부 지원 없고 월세 밀려 하루하루 연명 힘겨워

▲ 돈 벌러 나간 아들이 소식이 끊기자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도 선정되지 못하고 생활이 막막해진 한덕순(오른쪽)씨가 마침 대화동본당에서 찾아온 김지영(왼쪽) 본당 사회복지분과장, 강세진 본당 연령회장과 함께 기도를 하고 있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지상의 방 한 칸이 절실한 이들이 몰려사는 대전시 대화동으로 접어들었다. 누추하고 고단한 삶의 풍경이 이어진다.

 한덕순(엘리사벳, 69)씨가 손자, 손녀 둘을 데리고 사는 문간방도 그 중 하나다. 전에 세들었다 떠난 닭집 간판이 여전히 걸려 있다. 문간방이 바로 닭을 튀기던 주방이다. 벽지 도배만 새로 하고 수도꼭지도, 주방도 그대로다.

 방 안에 놓인 상에는 대화동성당 사회복지분과에서 나눠준 쌀 10㎏ 한 포대가 놓여있고, 흡사 장독대처럼 상 위에 고추장과 된장, 간장, 소금 독이 놓여 있다. 안쪽 침실에는 초등,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교재가 널려 있고 교복도 눈에 띄지만, 장롱과 선풍기뿐 가재도구가 많지 않아 썰렁하다.

 한순간이었다. 1남 3녀 네 자녀 가운데 함께 살던 아들이 운동기계 가게를 하던 중 빚을 지고 손자ㆍ손녀만 남긴 채 잠적했다. 아들에게서 소식이 끊기자 생활이 어려워져 남은 돈으로 대화동으로 이사를 했다.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아들이 살아 있기에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도 되지 못했다. 딸들 사정도 다들 고만고만해 어머니를 도울 상황도 아니다.

 결국 몇 달 가재도구를 팔아 생계를 연명했다. 성당에서 주는 쌀과 교구 푸드뱅크에서 나오는 라면과 김치, 떡이 고작이었다. 보증금 200만 원에 사글세 25만 원을 내기로 하고, 지난 1월에 들어왔지만 이제 월세도 서너 달 밀려 보증금도 다 떨어져간다.

 예전부터 한씨와 그 가족의 삶의 힘겨웠던 것은 아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살다가 1986년 충주 주덕면을 거쳐 1987년 대전으로 이사온 뒤에도 한씨는 자동차 부품 제작용 프레스공장, 신발공장에 다니며 일을 해 가족들을 먹여살렸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이 좋아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력이 달려 그마저도 어렵다.

 "잘 살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먹고 살았지요. 1985년에 남편이 위암으로 세상을 뜬 뒤 악착같이 공장에 다니며 아이들을 먹여 살렸는데, 이젠 손자들만 남았네요. 원망은 안 해요. 반지도, 패물도 다 팔아 아무것도 없어요. 자존심이 상해 성당에서 쌀을 나눠주신다는 말을 전해듣고도 가지 않으니까 반모임에서 저희를 추천해주셔서 연명하네요. 이제 팔 것도 없는데…. 게다가 아프기까지 하니…."

 몸이 아플 때마다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방을 맞고 오는 게 고작이다. 어깨도, 허리도, 다리도 정상이 아닌 듯하다. 그렇지만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검사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 그래도 늘 자신보다는 손자와 손녀 걱정이 더 크다. 가난을 물려받지 않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텐데 공부하는 눈치가 아니어서 속이 상한다. 시시때때로 흘리는 눈물도 이제 때론 사치같다.

 김지영(안셀모, 52) 대화동본당 사회복지분과장은 "돈 벌러 나간 아드님과 연락이 끊겨 아무런 대책이 없는데 성당에서도 한 달에 한 번씩 쌀 10㎏과 3개월 동안 지원받을 수 있는 푸드뱅크 대상 가정으로 추천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 빼놓고는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사랑으로 함께해주기를 독자들에게 청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성금계좌(예금주: 평화방송)
국민은행 004-25-0021-108
우리은행 454-000383-13-102
농협은행 001-01-306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