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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4강 신화

namsarang 2010. 7. 27. 23:37

[만물상]

여자축구 4강 신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에서 최초의 여자축구팀 '브리티시 레이디스'가 창설된 것은 1894년이었다. 여자축구는 조롱거리에 불과했다. 여자는 가슴이 있기에 '동글동글한 선수'라는 뜻에서 '올 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한 만평도 나왔다. 나치정권은 1933년 "정숙(貞淑)한 독일 처녀들에게 축구를 절대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서독 축구협회는 1950년대까지도 "전투적인 축구는 근본적으로 여성 본성에 맞지 않는다"며 여자축구를 금지했다.

▶유럽에서 여자축구는 1970년대에야 공식 종목으로 인정받았다. 독일 축구전문가들은 동서독이 통일된 1990년대부터 여자축구를 달리 평가하기 시작했다. "같은 조건에서 소년들과 더불어 축구를 시작한 소녀들은 곧 테크닉에서 소년들을 월등히 능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독일 여자축구는 2003년과 2007년 여자월드컵에서 잇따라 우승했다.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한국 청소년 대표팀이 어제 멕시코를 3대1로 꺾고 4강에 올랐다. 1983년 남자축구가 멕시코 청소년월드컵,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에 오른 이래 여자로서는 처음 4강 신화를 일궜다. 1990년 아시안게임을 맞아 처음으로 대표팀을 짠 한국 여자축구가 불과 20년 만에 이룬 기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여섯 골을 넣은 축구천재 지소연을 비롯해 선수들은 빠른 패스와 뛰어난 기술로 상대를 압도했다. 기존 한국 남자축구와는 차원이 다른 호쾌한 스타일이라 더 감동적이다. 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선수는 모두 1404명밖에 안 된다. 29일 우리와 맞붙을 독일은 등록된 여자축구 선수가 100만명이나 된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 같지만 우리 실력이 만만치 않다. 유럽보다 훨씬 나쁜 여건에서도 우리 여자축구 꿈나무들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 대견하다.

▶한국 여성 스포츠는 구기종목에서 이미 세계정상에 올랐거나 준우승도 여러 차례 차지했다. 양궁·골프·피겨스케이팅에서도 세계 정상급이다. 이젠 청소년 여자축구 선수들이,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남자축구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기회를 맞았다. 축구에서도 한국 여자의 끈기와 재주가 통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2002월드컵을 보고서 공을 차기 시작한 세대다. '꿈★은 이뤄진다'는 구호를 기억하는 어린 여자 선수들이 그 꿈을 펼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