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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레, 最古 역사의 바르나 콩쿠르 석권

namsarang 2010. 7. 29. 16:32

한국 발레, 最古 역사의 바르나 콩쿠르 석권

입력 : 2010.07.29 03:05 / 수정 : 2010.07.29 04:33

시니어 김명규·박세은, 주니어 김기민·채지영
"무용수들의 강한 에너지, 기술적 완성도 인상적"

한국의 발레리나·발레리노들이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는 불가리아 바르나콩쿠르를 석권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재학 중인 김명규(22)·박세은(21)·김기민(18)·채지영(18)이 29일(현지 시각) 폐막하는 제24회 바르나발레콩쿠르에서 시니어·주니어 부문에 걸린 남녀 금메달 4개 전부를 수확했다.

격년제로 열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2006년 최영규, 2008년 한서혜의 은상이 최고 성적이었다. 31개국 120명이 시니어(20~26세)·주니어(15~19세)로 나누어 겨룬 올해 바르나에서 한국은 금상 4개 외에도, 주니어 부문 한성우(17)·심현희(18)가 남녀 은상을 차지했다. 최영규와 심현희는 이인수 안무의 'Pray'로 모던발레 작품상을 받았다.

바르나발레콩쿠르 주니어 부문 남녀 금상을 받은 김기민·채지영의‘다이애나와 악테온’. 아래 사진은 시니어 부문 남녀 우승자인 박세은·김명규의 2인무‘돈키호테’. /바르나발레콩쿠르 제공

특히 박세은은 2006년 USA발레콩쿠르(잭슨 콩쿠르)에서 금상 없는 은상, 2007년 로잔발레콩쿠르 그랑프리에 이어 세계 4대 발레콩쿠르(바르나·잭슨·모스크바·로잔) 중 세 봉우리를 정복한 최초의 한국 무용수가 됐다. 박세은은 "나 자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무대였고 결과도 좋아 기쁘다"고 말했다.

김명규는 "바르나는 2년 전 1라운드에서 탈락한 대회라서 이번에 1등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세은이와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자'고 다짐하고 무대에 올랐는데 가슴 벅차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연습량을 늘리고 침착함도 키워 유명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했다.

27일 밤 10시 담쟁이넝쿨과 나무로 둘러싸인 바르나 야외극장. 소나기로 젖은 무대에 알코올을 뿌리고 불을 붙여 물기를 증발시킨 다음 콩쿠르의 마지막 3라운드가 펼쳐졌다. '돈키호테'의 키트리와 바질이 돼 그랑 파드되(2인무)를 춘 박세은·김명규는 시적인 에너지와 호흡으로 등장할 때부터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 발로 곧추선 채 2초가량 정지하는 박세은의 멈춤, 압도적 높이와 체공시간을 보여준 김명규의 점프가 어울렸다. 밍쿠스 음악과의 교감,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돋보였고 마무리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주니어 부문은 3라운드 진출자 8명 중 5명이 한국인이었다. 2008년 로마를 시작으로 모스크바, 잭슨 등 여러 콩쿠르를 거친 채지영·김기민 커플은 역시 가장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이날 '다이애나와 악테온' 파드되를 춘 이들은 여유 있게 음악에 올라탄 채 흠잡을 데 없는 10분을 만들어갔다. 채지영의 깔끔한 몸짓, 김기민의 힘 있는 회전과 점프에 환호성과 박수가 길었다.

1964년 창설된 바르나발레콩쿠르는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실비 길렘, 블라디미르 말라코프 등 걸출한 스타들을 낳았다. 참가자는 클래식 발레 3편과 모던 발레 2편 등 많은 작품을 준비해야 해 까다로운 대회로 악명 높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이었던 엘리자베스 플라텔 등 16명의 심사위원은 한국 발레의 도약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무용수들의 강한 에너지, 우아함, 집중력, 기술적 완성도 등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한예종 무용원의 김선희 교수는 "무용원에 이만큼 좋은 재목이 모인 적은 없었다"면서 "콩쿠르 진행 중에 해외 발레단들로부터 입단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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