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성모승천대축일 - 깨진 항아리가 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namsarang 2010. 8. 15. 12:32

[생활 속의 복음]

성모승천대축일 - 깨진 항아리가 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홍승모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오늘은 한국천주교회가 수호자로 모시고 있는 성모님 승천 대축일이며 또 우리 민족이 해방을 맞이한 날이기도 합니다. 이 뜻 깊은 날을 맞이해 성모님 은총과 축복이 모든 교우들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마리아의 노래' 서문은 주님 잉태 기별을 받은 순간부터 마리아가 경험한 신앙체험으로 시작합니다. 마리아는 주님을 찬송하는 이유가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마리아는 자신을 주님의 종으로 표현합니다. 마리아는 고통스런 종의 처지를 돌보시는 주님의 사랑에 감사드리고 있으며, 자신의 삶을 인도하시는 분이 누구신지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마리아는 과거의 삶을 딛고 일어나 미래의 희망을 고백합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49).

 마리아는 자신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 행복이 모든 사람들에게 펼쳐지게 된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삶만 바라보는 이기적인 마음을 넘어서, 주님의 모든 백성과 구원의 역사를 함께 조명하고 있습니다. 주님 은총을 깨닫게 된 마리아는 지금 주님이 얼마나 위대한 사랑으로 당신 자녀들을 사랑해 주셨는지, 그 신비를 밝힙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루카 1,51-53).

 우리는 여기서 마리아가 깨달은 주님 마음을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마음이란 거룩하신 분으로만 여겨져, 우리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주님께서 당신 자녀들의 고통스런 처지를 결코 버려두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고통스럽고 낮은 모습으로 사셨지만, 주님께서 그분을 들어 높이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모 승천의 진정한 의미일 것입니다.
 
 요한 23세 교황님의 「영혼의 일기」에 이런 기도가 적혀있습니다.

 "오, 주님. 제가 물을 담아두지 못하는 깨진 항아리가 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현세의 좋은 것들을 즐기느라 눈이 멀지 않게 하시고, 가난한 이들, 병자들과 고아들의 절박한 외침이 제 마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해주십시오."

 깨진 항아리는 내면의 삶과 외면의 삶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고 봅니다. 깨진 항아리는 마음이 갈라져 자신의 실제 모습을 허황되게 평가해 진실에 눈멀게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결정과 행동만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러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주님이 주시는 생명의 물을 담지 못하는 깨진 항아리가 된다면, 자신의 실제 모습을 외면하게 돼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눈을 가리게 될 것입니다. 온전한 사랑의 마음이 둘로 갈라졌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증언합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비추어라 하고 이르신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을 비추시어,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느님의 영광을 알아보는 빛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2코린 4,6-7).

 항아리나 질그릇은 모두 깨지기 쉬운 것들입니다. 곧 우리의 영적 내면이 걸려 넘어지게 하는 세상의 유혹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 깨지기 쉬운 항아리나 질그릇 속에 주님을 식별하는 빛을 주신 것입니다. 그 빛은 세상의 유혹을 이기고 생명의 원천이 되게 하는 주님의 놀라운 힘인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부서지기 쉬운 존재임을 아시면서도, 우리에게 희망의 빛을 주십니다. 성모님도 똑 같은 희망을 주십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모님께 간구하여 그 응답을 얻습니다. 중요한 것은 성모님이 인간적 고뇌와 고통을 갖고도 주님의 부르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응답했다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신앙은 수동적 응답이 아니라,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라고 하신 성모님처럼 능동적 응답이 필요한 것입니다. 삶에 어려운 시련이 닥치더라도 성모님께 기도하면 기대 이상의 것을 주십니다. 그러기에 성모님은 우리들의 어머니가 돼어려움과 시련에서 우리들을 보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뜻깊은 성모 승천 대축일에 성모님께 기도드려봅니다.
 
 천주의 성모여 당신의 보호에 우리를 맡기오니, 어려울 때에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지 마시고, 모든 위험에서 항상 우리를 구하소서. 영화롭고 복되신 동정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