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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일각의 'FTA 불공정' 주장은 억지다

namsarang 2010. 8. 17. 23:32

[기고]

美 일각의 'FTA 불공정' 주장은 억지다

  •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박노형 고려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의 비준에 대한 적극적 의사를 표명한 후 최근 들어 백악관과 미 의회 등에서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섬유 관련 조항도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러한 재협상의 요구는 계속 확대될 수도 있을 듯하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올가을 미 의회의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제기되는 주장은 자칫 한국이 통상관계에서 불공정하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

우선 한·미 자동차 무역의 불균형 주장은 사실에 맞지 않다.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2005년 70만대에서 2009년 47만대로 크게 줄었다. 미국 내에서 국내 기업의 자동차 생산은 2005년 9만대에서 2009년 20만대로 증가하였고, 최근에 세운 공장이 정상가동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은 2004년 2400여대에서 2008년 1만3000여대로 6배가량 늘었다. 2000년 이후 국내 수입자동차시장의 규모가 7배 늘어난 것을 보면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도 전체의 수입증가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자동차시장의 규모에서 미국이 1350만대로서 110만대인 한국보다 무려 12배나 큰 사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 같은 통계로 보면, 한·미 자동차무역의 불균형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더욱이 미국의 자동차 무역 적자는 한국이 일본의 6분의 1에 불과해 한국이 더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자동차 조항은 오히려 한국이 더 크게 양보했었다.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면서 미국의 민감한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를 공산품 중 최장 기간으로 철폐하는 데 합의하였다. 또 자동차 세제 개편과 배출가스 허용기준 완화 등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미국이 자동차 조항을 이유로 한·미 FTA의 비준을 늦추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쇠고기 문제는 한·미 FTA와 별개의 위생검역 문제다. 또 2008년 한·미 합의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위생에 대한 한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했다. 이런 쇠고기 합의는 당시 미국 의회와 업계의 이해(理解)에 따른 것이다. 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는 미국의 전체 쇠고기 수출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렇게 볼 때 한·미 FTA의 비준 전에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을 요구한다면 자칫 미국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할 수 있다.

한·미 FTA는 2007년 6월 30일 서명되었다. 서명의 의의는 한·미 FTA에 담긴 내용을 인정하고, 양국이 국내 절차에 따라 법적 효력을 갖도록 성실하게 비준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재협상이나 이에 준하는 요구를 한다면,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큰 문제가 된다. 우선 미국의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이미 서명한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미국과의 협상이나 조약 체결을 주저할 것이다. 특히 조약법에 관한 1969년 빈 협약은 조약이 비준될 때까지 그 목적을 훼손하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당사국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서명한 지 3년이 지나 자동차 등 특정 부문의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지 않는다면, 한국 국회는 물론 국민도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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