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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신부' 남편도 아내 나라를 알아야

namsarang 2010. 8. 17. 23:36

[태평로]

'베트남 신부' 남편도 아내 나라를 알아야

 

이선민 문화부장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은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가 도착할 때면 꽃다발을 든 가족의 모습이 눈에 띈다. 한국으로 시집갔다가 친정에 다니러 오는 딸을 마중 나온 것이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채 선물 보따리를 밀고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딸을 맞이하며 가족들은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엄마 손을 꼭 잡고 낯선 외가 식구들에게 수줍은 미소를 짓는 손주들의 뺨을 연방 어루만지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사랑스럽고 대견스러운 표정이다.

'베트남 신부(新婦)'는 이제 한국인에게도 친숙하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신부(11만8140명) 중 베트남 출신(3만1760명)이 가장 많다. 국적으로는 중국(5만5908명)이 더 많지만 그 중 절반 가까이는 조선족(2만5055명)이다. 베트남에서 오는 신부는 일본(9315명), 필리핀(6609명), 캄보디아(3610명), 태국(2412명)보다 훨씬 많다. 베트남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며느리 나라'가 된 것이다.

베트남 신부가 갑자기 많아지다 보니 그와 관련된 사고도 일어난다. 지난달 스무살 베트남 신부가 한국에 시집온 지 8일 만에 정신질환을 앓는 40대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지난 2007년에도 열아홉살 베트남 신부가 남편에게 갈비뼈 18개가 부러지도록 폭행당해 사망했다. 이런 사고가 베트남에 전해지면 한국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다. 이번에도 베트남 주요 일간지 네 개가 '베트남 신부 한국에서 남편에게 살해당하다' '가난한 마을을 덮친 비보(悲報)' 등의 제목으로 상세히 보도한 것을 비롯해서 언론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3년 전에는 베트남 국가주석이 직접 한국대사에게 "한국에 시집간 베트남 신부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한국 정부와 사회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무책임한 국제결혼 알선기관을 단속·정비하고, 결혼 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하며, 현지에 국제결혼 담당관을 파견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베트남 현지공관을 비롯해서 교민회,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 등은 베트남 신부들의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한 교육 등에 힘쓰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한국에 온 많은 베트남 신부가 큰 문제 없이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에서 이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국이 베트남 신부들을 부드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남편들이 아내의 나라를 좀 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신부들은 한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들어오지만, 한국 남편들은 베트남에 대해 거의 모른 채 결혼을 한다. 정부는 앞으로 국제결혼을 하려는 남성들에게 '소양교육'을 실시하겠다지만, 3~4시간의 형식적인 정신교육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보다는 베트남 풍습이나 기본적인 베트남어 등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이들이 아내를 이해하고 결혼 생활을 원만하게 끌어가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달 한국 공관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베트남 신부는 "한국에서의 내 삶이 어떨지 걱정되지만 최선을 다할 거예요. 오늘 설명 중 이혼 부분이 싫었어요. 전 남편과 시댁과 행복하게 살게 되길 희망하거든요"라고 적었다. 이 신부의 소박한 희망이 이루어지도록 한국인 남편은 아내를 더 많이 이해하려고 애쓰고, 사회와 정부는 그런 노력을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