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외치는 '탈북자들의 수기'
"남한와서 제일 싫은 건 이론만 가득한 머리로 북한문제 보는 사람들"
“남한 군대는 ‘양반 군대’ 북한 군인들 같은 야수성은 어디에도 없어”
"친북(親北) 세력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만약 당신의 어린 자식들이 끼니를 때우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려 뼈만 앙상한 몰골로 배움을 접고 시장판의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면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렇게 만든 사회를 동경할 수 있겠는가."(탈북자 A씨)경찰청 보안국이 지난달 발간한 탈북자 수기 모음집에 나오는 내용이다. 본지가 19일 입수한 수기집에 따르면 A씨는 "남한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진짜 북한이 그렇게 어렵냐'는 것"이라며 "생각해봐라. 북한이 사람이 살 만한 곳이라면 몇십만의 사람들이 사생결단의 탈출을 감행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남한 군대는 '양반 군대'"
북한군 출신인 B씨는 "남한 군대에 안보 강연을 갔을 때 보면 북한 군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야수성은 어디에도 없었다"며 "말하자면 '양반 군대'"라고 했다. 그는 또 "남한에 와서 제일 혐오하는 사람들은, 이론만 가득한 머리로 극단적인 공격 앞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논리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흘리개 막내아들을 후계로 내세우는 김정일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보면서 아직도 점진적 통일론에 명줄을 걸겠다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천안함 희생 장병 분향소를 지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갑자기 죄스러운 마음이 생겼다"고 쓴 탈북자도 있었다.
의사 출신인 탈북자 C씨는 "북에서 잘사는 간부들의 집을 도둑질할 때는 '조절한다'는 용어를 쓴다"고 말했다. 함남 홍원군의 한 절도범은 군당 책임비서의 집을 '조절'해 창고에 있던 컬러TV 5대 중 2대를 가지고 나왔다. 그런데 피해자인 책임비서는 자기 집에는 컬러TV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C씨는 "가진 놈은 많이 가지고도 탄로 날까 두려워 도둑맞고도 도둑맞았다는 소리를 못하는 게 북한"이라고 썼다. 간호사 출신 탈북자 D씨에 따르면 마취약이 없어 18살 병사는 맨정신으로 6시간의 개복(開腹)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 어린 병사는 "선생님 저 18살입니다. 그만하면 많이 살았습니다. 지금 죽어도 좋으니 배를 봉합해 주십시오"라고 애원하더라는 것이다. 콧물도 얼어버리는 북한 추위에도 그 병사의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탈북자 E씨는 "북한 법관들은 돈이 없어 뇌물을 주지 못하면 '너는 이때까지 뭐 하느라 돈도 못 벌었느냐. ×대가리 같은 새끼'라고 욕을 한다"라고 했다. 북에서 법관의 수입은 누가 돈 많은 죄인을 담당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돈만 있으면 유죄(有罪)도 무죄(無罪)가 된다는 것이다.
◆북송된 탈북 여성은 낙태주사 맞고…
탈북자 F씨는 혜산보위부에 갇혔을 때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임신부를 만났다. 그는 "9개월째인 임신부는 한밤중에 불려나간 뒤 3~4시간 만에 돌아왔는데 울기만 한다. 병원에서 낙태주사를 맞았다는 것이다. 얼마 뒤 남자 아기가 시커멓게 질려 죽어서 나왔다. 알몸의 아기를 내보낼 수 없었던 임신부는 때 묻은 러닝셔츠를 벗어 아기를 싸주었다. 그리고 고무대야에 담으려는 순간 참았던 분노를 쏟으며 울었다. 그러나 보위부원은 '중국 종자' 운운하며 임신부의 뺨을 때렸다"고 적었다.
탈북자 G씨의 삼촌은 아사(餓死) 직전인 가족과 이웃을 위해 송아지를 몰래 잡아먹고 자수를 했다. 그러나 삼촌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이었다. 숙모는 공개 총살당하는 삼촌 앞에서 보위부가 써준 대로 "응당 황천객이 돼야 한다"는 글을 읽어야 했다. 김정일에게 굶주리는 인민들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썼다고 펜치로 손가락이 꺾이는 고문을 당한 탈북자 사연도 있다.
"북한 탈출하다 죽은 아이들, 세렝게티서 죽은 얼룩말과 닮아"